제19호 태풍 '솔릭'이 23일 서해를 따라 북상하다 한반도에 상륙한다. 매우 강한 비바람을 동반해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솔릭이 23일 오전 3시 서귀포 서남서쪽 약 110㎞ 부근 해상, 오후 3시 전남 목포 서쪽 약 70㎞, 24일 오전 3시 서울 남쪽 약 30㎞ 부근 육상, 오후 3시 속초 북북동쪽 약 140㎞ 부근 해상, 25일 오전 3시 북한 청진 동쪽 약 90㎞ 해상까지 진출하는 등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했다.

솔릭은 22일 오후 3시 현재 최대풍속 초속 43m(시속 155㎞),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의 중형급 크기로 북서진하고 있다. 강풍반경은 380㎞에 달한다. 보퍼트 풍력계급표에 따르면 초속 32.7m 이상일 경우 '싹쓸바람'(hurricane)으로 광범위한 파괴가 발생한다.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바람이어서 수목이 뿌리째 뽑히고 가옥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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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호 태풍 솔릭 예상 이동경로. /기상청

기상청은 23일부터 24일까지 경남서부지역에 100~250㎜, 지리산 인근지역에 400㎜ 이상, 나머지 지역에 30~80㎜ 비가 내길 것으로 관측했다. 남해동부 먼바다에는 태풍경보가 발효 중이고, 남해동부 앞바다에도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남해동부 전 해상은 24일 밤까지, 동해남부 전 해상은 23일부터 25일 오전까지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높은 물결이 일 것으로 보여 해상 안전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태풍 북상에 따라 23일 도내 27개 학교가 휴업하고 9개 학교가 등·하교 시간을 조정한다. 22일 오후 6시 기준 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27개, 유치원 8개, 등학교 10개, 중학교 5개, 고교 4개 교라고 밝혔다. 또 등·하교 시간을 조정한 학교는 중학교 7개, 고교 2개다.

도교육청은 휴업 등을 결정하지 않은 학교에 기상 특보 모니터링과 비상연락 체계 유지에 특별히 신경 쓸 것을 지시했다. 휴업과 등하교 시간 조정이 있는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23일 오전 6시 이전에 결정해 등교시간 2시간 전에 학부모들에게 안내할 방침이다.

◇태풍 '차바' 악몽 떠올라 =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양산시 상북면 대우마리나아파트(622가구) 주민들은 기상예보에 관심을 쏟으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다.

최성길(59) 씨는 "2년이 지났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며 수해복구 공사를 아직도 진행하는 양산천이 과연 안전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태풍 차바 당시 양산천이 넘치면서 대우마리나아파트 지상 1층까지 물이 차올라 주민들이 긴급대피까지 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하주차장이 완전침수되면서 차량 400여 대가 피해를 봤다. 주민들은 지하 배전설비 침수에 따른 정전과 수도 공급 중단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양산지역은 도로와 교량 등 53곳, 하천 80곳, 소규모 수리시설 52곳, 산사태 40곳 등 322건에 275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파손과 침수 271동, 농경지 피해 31.6ha 등 피해액이 6억 원에 달했다. 양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국비 245억 원을 비롯해 967억 원을 들여 복구를 했다.

이 가운데 양산천 복구사업에만 532억 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경남도와 양산시가 진행하는 양산천 수해복구사업은 14㎞ 구간 전체를 전면 개선하는 대규모 복구공사로 장기화되면서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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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19호 솔릭과 태풍 20호 시마론이 한반도로 향해 접근중인 2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의 한 상가 모습. 지하주차장 출입을 통제하고 입구에는 모래주머니 등을 설치했다. 해운동 일대는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인명피해가 발생한곳이다. /김구연 기자

상습 침수 지역은 걱정이 더 크다. 창원시 진해구 용원지역은 태풍 때마다 침수 피해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12년 '산바', 2016년 '차바' 태풍 등으로 물난리를 겪었다. 특히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때 시간당 최대 100㎜ 넘는 비가 내리면서 큰 피해가 났다.

이 때문에 창원시는 태풍에 대비해 해안 지역에 물을 차단하는 800m 길이의 차수벽을 지난해 7월 더 높였다. 진해구청 안전건설과는 22일 해안 지역인 진해 용원 의창수협 공판장 입구에 차수판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건설과 방제담당자는 "용원 어시장 일대에는 배수 펌프장을 점검했다.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올해 5월 펌프 4대 교체를 완료했다. 또, 작년에 해일방지벽인 차수벽을 1.7m에서 2m 정도로 높였다. 차수벽을 설치하지 못한 곳에는 오늘 고정식이 아닌 70㎝ 차수판을 설치 중이다"라고 말했다.

용원어시장 상인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횟집 업주는 "계속 태풍 뉴스만 보고 있다. 태풍이 어떻게 지나갈지 걱정이다. 우선 바람에 날아갈 만한 것, 큰 물건을 치우고 있다. 바쁘다. 침수 피해가 있다고 물건을 다 옮길 수도 없고 해서, 우선 급한 것, 중요한 것만 들고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매번 하수구 물이 역류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창원시 저지대 마산어시장과 해안대로 주변 상인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2003년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매미'를 겪은 아픔이 있고, 2016년 태풍 '차바' 때도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마산어시장 장어거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규철 씨는 22일 오후 가게 앞에 내놓은 음료 냉장고를 밧줄로 묶고 있었다. 이 씨는 방재언덕이 생겼지만 이후 첫 태풍이라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11일 대조기 때도 물이 발목까지 찰랑거렸다"고 말했다.

마산어시장 상인 박모 씨는 "방재언덕 옆에 펌프장이 있지만, 역류하는 바닷물을 막는 역할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마산합포구 해운동 신마산시장 상인 서정희 씨는 "여기는 지대가 낮아서 비가 많이 오면 침수가 자주 된다"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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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솔릭의 한반도 상륙을 앞둔 22일 오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항 방제언덕 공사현장을 방문 태풍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이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방재언덕과 구항 배수펌프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했다. 방재언덕에는 횟집, 수산센터 등이 몰려 있는 해안가 800m를 따라 높이 6.5m 투명 강화 유리벽이 설치돼 있다. 장어거리와 약 70m 거리다. 김 지사는 "자연재해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더라도, 인재는 안 된다. 침수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농어민, 기업체, 상인들 비상 = 시설재배를 많이 하는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농민들은 농작물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농가와 과수원 농가는 비보다 바람에 대한 걱정이 크다.

특히 대산면은 수박·참외·파프리카·고추·당근 등을 재배하는 시설재배 농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김원년 마을이장협의회장은 하우스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밝혔다. 김 이장은 "하우스 농가는 태풍에 대비할 수 있는 점검사항이 노끈밖에 없다. 하우스 외부에 느슨하게 묶였던 노끈을 재정비했다. 또 파묻혔던 기존 배수로 정비를 하고, 잡초를 제거해 빗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추석 출하를 앞둔 과수농가도 비상이다. 창원시 대산면에서 감나무 농사를 짓는 강창국 씨는 배수로 정비와 나무가 바람에 상처입지 않도록 지지대 설치작업을 마쳤다. 강 씨는 "배나 사과나무와 달리 감나무는 잎이 중요하다. 잎이 날아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데 금전적인 문제로 완벽하게 대처하지는 못했다"며 "강풍에 대비해 방풍벽은 설치했지만 방풍그물을 쓰지 못했다. 방풍그물을 쓰면 바람으로부터 받는 피해가 약 50% 줄어든다고 하는데 비싸다. 과수 농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방풍그물을 일정 부분이라도 지원해주는 대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손제범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장은 "자연재해를 어떻게 농민이 막을 수가 있겠느냐마는 최대한 사과나무가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사과 재배 농가들은 22일 사과나무를 지탱하는 지줏대 작업을 하고, 배수로를 점검했다. 손 회장은 "추석을 앞두고 있으니 태풍 피해가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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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19호 솔릭과 태풍 20호 시마론이 한반도로 향해 접근 중인 2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 고현방파제에는 대피한 배들로 가득하다. /김구연 기자

태풍 진로와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해안지역 어민들도 긴장하고 있다. 통영시 산양읍 삼덕어촌계 김용덕 어촌계장은 "태풍이 직접 경남을 강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삼덕항에 소형 어선 등 200척이 넘는 어선이 대피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두리 양식장은 강풍과 파도에 물고기가 휩쓸려가지 않도록 뚜껑을 덮었다. 지난 2003년 남해안을 강타한 매미 같은 태풍만 아니면 어장은 무사할 것으로 보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하동군 김삼권 금남면장 "마을 이장 회의를 앞당겨서 지난 21일 했다. 마을별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점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붕괴 위험지역이 있는 축대 등을 점검했는데 일부는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어 인근에 있는 마을 주민들을 마을회관으로 대피시켰다. 소형 어선들이 많은데 이미 육지로 옮겨 놨다. 가두리 양식장 피해도 우려돼 양식장 관리실이나 제어실, 사료 창고 등을 안전지대로 옮겨 놨다. 낚시꾼들도 철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와 행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남해군은 24일과 25일 이틀간 열 예정이었던 제2회 보물섬 남해 갈화 왕새우 축제를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1주일 연기했다. 또 의령군은 농업인 대학 교육, 경남도민예술단 '연극 오케이 컷' 순회공연을 취소했다.

기업체들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태풍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 관계자는 "위험지구·옹벽, 특히 건설현장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각 업체에 재해 예방요령과 태풍 경로를 전파하고 있다"며 "피해가 없도록 비상 근무체제 속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시장도 태풍 피해 대비에 힘을 쏟고 있다.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과거 태풍 및 집중 호우 때 점포 침수에 따른 진열상품 폐기로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장옥·창문·입간판·아케이드 파손 피해도 컸다"며 우려했다. 이에 경남중기청은 △상습 침수구간에 사전 배수시설 점검 및 배수펌프 준비 △배수구 거름망 위에 방치 물품과 낙엽·쓰레기 등 제거 △가스 사전 차단과 불필요한 전기선 점검 △전기·전자제품 등 고가 상품은 높은 곳에 보관 △입간판 실내 보관 △아케이드 점검 및 펼침막 한시적으로 제거 △비 가림막 묶어둘 것 등 피해 예방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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