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사격 고샅고샅] (2) 창원사격장 옆 공동묘지
경남사격 끈끈한 팀워크 자랑
하계캠프 등 이색훈련도 한몫

경남 사격은 대한민국에서도 최고다. 전국체전에서 5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 배경에는 경남대-창원시청으로 이어지는 연계육성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중·고등학교 선수들도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경남만의 끈끈한 팀워크는 다른 지역이 따라오기 어려운 장점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경남만의 훈련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사격장 아래쪽에 있는 대밭 옆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밭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대부분 공동묘지였다.

조현진 감독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북면에서 '원탕목욕탕'을 운영하던 손병오 씨가 공동묘지를 활용해 담력 훈련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소복 입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비석 뒤에 숨겨두고 사람이 다가오면 벌떡 일어서게 한다거나, 요즘의 '유령의 집' 같은 콘셉트로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밤이면 선수들에게 공동묘지를 돌아온다거나 중간에 특정 행동을 하게 하는 등 미션을 부여했다. 이른바 '담력 훈련'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요즘 그리했다면 아마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느 날 사고가 났다. 공동묘지로 올라가던 어린 선수 한 명이 정말 입에 거품을 물고 졸도하고 말았다.

세계 최강이라는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뱀이 들어있는 장화를 신고 훈련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소문도 있지만, 경남 사격은 정말 그런 정도의 훈련을 했다. 요즘이야 심리상담사를 통해 멘털 관리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졸도 소식이 사격계에 알려지면서 '경남 선수들은 정말 담대하고 간이 크다'는 소문도 돌고 했다.

당시에는 경남사격연맹 주도로 선수단 하계 캠프도 개최했다. 함께 가서 텐트 치고 야영하면서 무엇보다 선수단과 지도자 사이에 인간적인 정이랄까 의리랄까 그런 것이 다져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지만, 경남 사격계에는 그런 환경에서 생겨난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시선에서 보면 결코 미화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전통이 아직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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