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소탈한 면모 '죄송 경수' 별명도
'쇼통' 비판 피하려면 행정혁신돼야

지난 20일 경제혁신추진위원회 2차 회의가 열렸던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 김경수 지사가 들어섰다. 김 지사는 참석한 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기 시작했다. 'ㄷ'자로 배치된 탁자 사이를 한 바퀴 빙 돌면서 인사를 나누다 중간쯤 이르렀을 때 김 지사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인사하신 분들은 앉으세요"라며 웃어 보였다.

이미 지사와 악수를 한 후에도 김 지사의 동선을 응시하며 그대로 꼿꼿하게 서 있던 위원들은 그때야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 앉았다.

딱딱했던 회의장 분위기는 일순 누그러졌고 그 순간의 가벼운 기류는 한 기업인의 입을 열게 했다. "옛날에는 지사님보다 먼저 앉으면 찍혔는데…." 박장대소는 나오지 않았지만 옅은 웃음들이 회의장을 감쌌다.

임기 첫날, 여느 직장인과 비슷한 모습으로 백팩을 메고 출근하는 걸 시작으로 김 지사의 소탈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도청 내 거의 모든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직원들과 '인증샷'을 찍었고, 혹여라도 공식 회의에 조금이라도 늦은 경우에는 미리 대기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향해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비꼬는 투가 담겨 있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죄송 경수'라는 별칭을 소곤거리며 미소 짓는 공무원들이 있을 정도였다.

'도정 4개년 계획' 발표장에서는 연단 위의 연설대가 청중석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며 직접 들어 옮겼고, 간부회의 때는 '지사석 마이크'만 특출(?) 난 거 같다고 지적을 하기도 했다.(다음 회의 때 지사 마이크는 교체됐다.)

'겸손과 소탈'은 김 지사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는 듯하고, 김 지사 역시 공무원들에게 "겸손"해질 것을 당부하고 있다.

'행정 혁신'의 첫걸음은 겸손에서부터 시작되고, 겸손에 기반을 둔 행정혁신 없이는 경남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의 발로인 셈이다.

요즘 유행하는 '쇼통'이라는 말로 김 지사의 행동을 평가절하하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겸손과 소탈이 몸에 밴 것이고, 내면의 힘에서 발현되는 것이라면 '쇼통'이라는 비아냥은 먹혀들 리 없다. 진정 직원과 도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서겠다는 의지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설령 '쇼통'이라 한들 어떨까 싶기도 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으니, 정치판에서 쇼통과 소통의 차이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관건은 겸손과 소탈이 어떻게 정책적으로 현실화되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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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김 지사의 스타일을 하나의 단어로 규정짓는 건 어려워 보인다. 단호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때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해와 공감으로 공무원 조직을 움직여 가려다 보니 일각에서는 "느리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듯하다. 이미 한 사람의 특이한 스타일을 경험한 경남도민들로서는 '경수 스타일'에 쉽사리 열광하지 않을 것이고, 또 쉽게 기대감을 저버리지도 않을 듯싶다. 소탈함 이면에서 이루어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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