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열릴 정례회를 앞두고 경남도의회 의원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전체 58명의 도의원 중에서 민주당 32명과 자유한국당 14명의 의원이 초선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10대 도의회와는 상당히 달라진 모양임에는 분명하다.

지방자치제에서 지방의회와 지자체는 핵심적인 기구이자 기관이다. 특히 중앙 집중적인 권력구조에 익숙한 우리 현실에서 지금까지 지방자치제는 부수적인 형식과 절차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권한과 임무를 이양하는 데 인색했던 이유도 지방권력의 무능과 무지를 많이 치부하곤 하였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예산배정에만 온갖 관심을 쏟지만 정작 자신들의 살림살이를 개선하는 데 적극적이지도 않은 황당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막개발논란을 비롯하여 지자체 청사건립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것도 모자라 예산부족에 허덕이는 농어촌 기초지자체에서 의원들에게 진짜 금배지를 선물로 주는 웃기는 행태에 이르기까지 기이하고 황당한 짓거리는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잘못된 현실을 혁파하려면 가장 먼저 지방자치제를 이끄는 사람들의 의식부터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인물들이 기존 관행이나 제도에 안주하는 모습이 아니라 변화를 시도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의 모양새는 어쩌면 공부하는 태도에서 가장 먼저 찾을 수 있고, 이 노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실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경남도의원들의 '열공모드'는 관심을 받고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이 시작될 당시 보이는 패기와 열정을 지속하기란 힘들다. 그러함에도 도의회가 공부하는 의원이라는 상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 필요는 있다. 그래야 지방의회는 기존의 국회가 보여준 못난 모습에서 벗어나면서 정말로 새로운 의회주의라는 지평과 문화를 만들 수가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사회개혁을 한다는 거창한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말이 되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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