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가 밀양연극촌을 정비하고 있다. 올해 초 연극촌을 이끌었던 이윤택, 하용부 씨의 성폭력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밀양시 지원이 끊김에 따라 연극촌은 그날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한 달 뒤, 밀양시는 연극촌을 직영하겠다고 밝혔으며, 처음에는 시설 관리 쪽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지금은 운영 계획을 수립하느라 여념이 없다.

시설을 정비하는 것 외에 연극촌 운영 계획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밀양시가 주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배제되고 행정 위주로 밀어붙여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주민과 논의 없이 관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연극촌 정비나 운영과는 별개로, 미투 사건의 진원지 구실을 했던 밀양 연극계에 대한 지역민들의 충격은 아직 남아있다. 당시 경남연극협회에서 거듭 머리를 조아렸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하긴 했지만, 시민들의 원성을 가라앉히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밀양시로서는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브랜드로서 연극촌이 해온 역할을 단념하기 힘들었겠지만, 어린 동료의 인권 침해에 방관으로 대응하거나 성폭력이 비일비재한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연극인들이 다수였음이 해당 사건에서 드러난 바 있다. 연극인들에게 반성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보다 또다시 국비나 시·도비로 활동 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마뜩잖게 보는 시선이 있음도 헤아려야 한다.

물론 예술계 성폭력을 낳게 했던 도제 시스템 등 구조적인 문제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밀양시부터 지역 연극계에서 성폭력 재발을 막기 위해 당장 가능한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이를테면, 공연의 속성상 연극인들이 숙식을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힘없고 어린 연극인들이 성폭력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근절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남 연극인들에게도 재차 각성을 촉구한다. 한때 주민들이 등을 돌리다시피 한 연극계가 활성화할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에 대해 주민들께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성폭력 근절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