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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타고 유라시아 횡단] (13) 우즈베키스탄

한낮 기온 50도…가는 곳마다 국경 못 넘어 진땀
빠르게 비자 발급받고도
국경 폐쇄로 길 찾아 나서
엎친 데 덮친 격 배탈 증세
깐깐한 짐 검사 이후 입국
장소마다 환율 달라 생소
무더위 피해 목적지 수정
수도 타슈켄트 시내 관광

조재영 기자 jojy@idomin.com 2018년 08월 21일 화요일

타지키스탄에서 파미르의 시작을 알리는 도시 호르그에 도착해 '파미르 롯지'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우리는 무르고프 방면 즉 반대로 왔기에 우리에게 '호르그'는 파미르의 끝의 도시였다). 이곳은 파미르 여행자들의 성지 같은 곳이다. 자전거, 바이크, 도보 여행자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한국인 아주머니도 한 분 만났다. 혼자 유럽을 여행한 후 모스크바에서 타지키스탄으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여긴 날씨가 너무 더웠다. 한국에 있음 삼계탕이라도 한 그릇 할 시기인데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나는 얼른 전통시장에 가서 생닭 3마리를 사왔다. 삼계탕을 끓일 생각이었다. 식사시간이면 음식을 만드느라 경쟁이 치열한 게스트하우스 주방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큰 솥에 닭을 넣고 2시간을 푹 고니 아주 맛있는 삼계탕이 완성됐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에서 알게 된 독일인 아저씨와 일본인 아주머니를 불러 다함께 먹었다.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말하니 다들 몸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지구촌 친구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로

다음날 호르그를 떠나 타지키스탄의 수도인 두샨베로 향했다. 파미르가 끝나서인지 두샨베에 가까워질수록 도로상태가 좋아졌다.(다행인 것이지만 한편으론 아쉽게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 비포장도로는 없었다) 타지키스탄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에 입국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2018년 2월부터 관광목적의 우즈베키스탄 입국 시에는 30일간 비자가 면제된다) 우즈베키스탄 비자를 받으려면 우선 현지에서 보내온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을 때 여행사를 통해 미리 신청해둔 초청장이 다행히 이메일로 이미 도착되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인쇄해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으로 갔다.

쉴 곳과 먹을 것을 챙겨준 친절한 파미르 사람들.

◇우즈베키스탄 비자 발급 일화

대사관 입구에 도착하니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서 있었다. 순서도 줄도 없었다. 오늘 안에는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그런데 힘들게 순서를 정해 줄을 세우던 한 군인아저씨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주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뭐라고 외쳤다. 그러고는 나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영문도 모른 채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제일 먼저 대사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기적같이 10분 만에 비자를 발급 받았다. 그 군인아저씨는 "멀리서 온 외국인이 있으니 먼저 입장시키도록 합시다"라고 말한 게 아닐까. 어쨌든 정말 감사했다.

두샨베 그린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일본인 부부는 미리 초청장을 신청해야하는 걸 몰라서 1주일 넘게 초청장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대사관으로 간 지 불과 몇 시간도 안 되어 비자를 받아온 우리를 아주 부러워했다.

파미르의 대자연을 온몸으로 달리다.

◇오랜 시간 뒤져 찾아낸 국경

우즈베키스탄 비자를 받고 바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로 출발했다.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을 통과해 조지아,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갈 계획이었다. 열심히 달려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의 국경에 도착했다. 사마르칸트를 50㎞ 남겨둔 지점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국경이 폐쇄되고 빈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길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고 주변엔 잡초만 무성했다. 두 나라가 사이가 안 좋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언제 무슨 이유로 국경이 폐쇄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만 했다.

한낮의 기온은 47도까지 올랐다. 눈앞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아주 큰 열풍기가 내뿜는 공기 같았다. 다시 하루를 꼬박 뒤져 국경을 찾았는데 이번엔 차, 오토바이는 통행이 안 되고 오직 사람만 오갈 수 있는 곳이었다. 오토바이를 돌려 또 다른 국경을 찾아 나섰다. 한참을 달려 타지키스탄 후잔트에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로 이어지는 접경지에 닿았다.

여행길에선 누구든지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너무 높은 기온에 고생

날씨가 너무 더워서였을까. 아니면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이 상했던 걸까. 아들 지훈이가 배탈이 나고 말았다. 몸이 떨리도록 춥다가 또 금세 열이 펄펄 끓듯 더워지기를 반복했다. 머리와 배가 아프고 밤새 구토와 설사가 이어졌다. 너무 아파서 아이가 눈물을 흘렸다. 병원에 데려 가려다 일단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약을 먹이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똑같은 음식을 먹었는데도 나는 괜찮았다. 아이가 아프니 괜한 아빠 욕심에 이 힘든 여행을 시킨 건 아닐까? 아직 어린나이인데 엄마도 보고 싶을 텐데 마음이 무겁고 안 좋았다. 다행히 지훈이의 배탈증세는 다음날 오후부터는 서서히 나아졌다.

길을 가다가 고장난 바이크를 보면 항상 멈춰서 도와주게 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국경은 짐 검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인접국인 타지키스탄이 경제가 안좋기도 하거니와 마약류도 간혹 반입을 한다고 한다. 우리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철저한 짐 검사를 마친 후에야 우즈베키스탄에 입국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우즈베키스탄에 와서는 돈을 은행에서 환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즈베키스탄은 특이하게도 한 나라 안에서도 환율이 달랐다. 이곳의 화폐단위는 '숨'이다. 은행에서 환전을 하면 1달러에 4000숨을 받는데 시장에서 바꾸면 8000숨을 받을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에서는 1000숨이 가장 큰 화폐였다. 100달러를 숨으로 환전하려면 가방을 가져와서 담아 가야했다. 지금은 고액권이 나와서 그나마 다행 인 것 같았다.

우리는 타슈켄트에서 이틀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 사마르칸트, 부하라를 지나 히바로 가기로 정했다. 그런데 누군가 그 경로로 이동을 하려면 50도가 넘는 기온을 견뎌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현재 기온 47도. 더 더운 곳으로는 정말 가고 싶지가 않았다. 더우면 텐트 치는 야영을 할 수 없고 밥맛이 없어지는 게 싫었다. 지훈이와 나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곳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결국 다시 북쪽으로 가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수도 타슈켄트 시내에 들러 아주 오래된 러시아 정교회에도 가보았다. 이슬람사원과 러시아 정교회가 같이 있는 나라, 이곳이 바로 우즈베키스탄이다. /글·사진 시민기자 최정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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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재영 기자
  • 경제부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조언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 보내 주실 곳 jojy@idomin.com 전화: 250-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