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기쁨'그해 8월도 더위 잊었겠죠
하동서 광복절 특별공연
배우·관객 하나 된 마당극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전 10시 30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가만히 서 있는데도, 미칠 듯이 땀이 흘러내렸다. 저 뜨거운 햇볕부터가 참기 어렵다.

"저 삼거리서부터 시작하입시다!"

긴소매 공연복을 차려입은 풍물패가 우르르 길을 내려간다. 그렇게 최참판댁으로 가는 오르막길 땡볕 아래서 신명난 울림으로 극단 큰들의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이 시작된다.

"아이고 저, 저 더워서 우짜긋노."

공연을 보러 일부러 찾아온 근처 마을 주민들이 더 걱정을 한다. 여지없이 더운 날씨건만 풍물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든다. 큰 나무 아래 그늘로 자리를 옮긴 풍물패는 접시 돌리기 같은 버나 놀이와 농민들의 생활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익살로 이어진다.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 안채 마당에서 펼쳐진 광복절 특별공연 <최참판댁 경사났네> 2부 공연 모습. /이서후 기자

박경리 소설 <토지>에 나오는 평사리 사람들의 일상을 묘사한 것이다. 배우들이 신나게 한바탕 놀고 나자 <토지>의 악역 조준구와 홍씨 부인역을 맡은 배우가 등장하고 그들을 따라 풍물패와 관객들이 우르르 이동하면서 무대는 자연스레 최참판댁으로 옮겨진다. 안채 마당이 본격적으로 극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흰 차양을 쳤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더위는 여전하다. 차양은 관객들을 위한 것이고 배우들은 아예 땡볕 아래 섰다.

"바람도 구름도 없고 미칠 듯이 덥지만, 저희는 일단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2부 공연에 앞선 배우의 인사말에 더위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들이 입은 공연 복장이 늦가을에나 어울릴 법하다. 안쓰러운 마음도 잠시 당장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들부터가 더위에 숨이 막힌다. 좁은 마당에 200여 명이 오밀조밀 들어앉았다.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는 토지의 내용을 압축해 주인공 길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독립운동과 일본 천황의 항복 선언, 그리고 해방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은 진지하지만 마당극 특유의 익살, 나름 재미가 쏠쏠한 관객 참여,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한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다. 배우들도 관객도 땀에 흠뻑 젖었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데도 공연 내내 관객이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공연에 푹 빠졌다는 뜻이다.

<최참판댁 경사났네>는 극단 큰들이 평사리에서 매주 하는 상설공연이다. 하지만, 7월과 8월은 마당극을 하기엔 너무 덥기에 잠시 중단한다.

이날은 8월 15일을 맞아 광복절 특집으로 마련한 무대다. 소설 <토지>와 관련해 8월 15일은 의미가 크다. 소설 내용이 1897년 음력 8월 15일 추석날 아침에 시작해 1945년 8월 15일 서희가 최참판댁 별당에서 해방 소식을 듣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에 소설가 박경리가 26년에 걸친 <토지> 집필을 마무리한 날도 8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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