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따뜻해 황금코트 못 입었지만 맛은 여전히 금메달인 마약 간식
명태 말려 황태 만들 때 기온 탓 검게 변하면 '먹태'
살 찢어 덖은 뒤 먹으면 바삭·부드럽고 감칠맛 좋아
최근 국내선 잡히지 않아 수입 의존·정부는 양식 연구
식탁에 국산 오를 날 고대

명태처럼 이름이 많은 생선이 또 있을까.

명태 그대로는 생태, 말리면 북어, 반쯤 말리면 코다리, 겨울에 잡아 얼리면 동태, 어린 명태를 잡아 말리면 노가리다.

황태를 만드는 지난한 과정에서 파생한 이름도 많다. 한국 덕장에서 명태를 잡아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황태가 된다. 이때 바람이 많이 들어 썩어 문드러진 것은 찐태,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백태가 된다.

먹태는 백태와는 반대로 날씨가 너무 따뜻해 검게 변한 명태다. 변질하지 않고 노랗게 잘 말린 명태만이 황태가 된다.

버릴 것 없는 생선인 명태는 한국인의 밥상에 곧잘 오른다. 북어는 국으로, 황태는 구이로, 노가리는 술안주로 그만이다.

알은 또 어떤가. 입맛을 살리는 데는 명란젓만 한 것이 없고, 툭툭 터지는 식감이며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일품인 알탕도 있다.

먹태를 접시에 담아봤다. 살은 먹기 좋게 잘게 찢어서 판다. 몸통이나 머리는 그대로 먹어도 좋고, 보관했다가 육수를 낼 때 써도 좋다. /최환석 기자

요즘 술집에 가면 먹태가 흔히 보인다. 기다란 먹태 몸뚱이 위에 살을 얇게 찢어 수북하게 올린 것이다. 아주 깊은맛은 없지만 냄비에 먹태를 살짝 덖어 내놓은 것이라 식감이 살고, 먹기 좋게 잘게 찢어 질기지도 않다.

마요네즈, 간장, 청양고추 다져 넣은 양념에 찍어 먹으면 짭짤한 것이 입맛을 돋운다. 몇몇이 대화를 나누며 먹태를 먹다 보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창원에서 멸치 등 각종 건어물을 취급하는 '청춘건어물'에도 최근 먹태를 들였다.

임종윤 청춘건어물 대표는 "사람들이 먹태를 많이 찾는다는 말을 듣고 추천을 받아 먹태를 들였다"고 했다.

청춘건어물에서는 먹태 1마리를 4000원에 판다. 술집에서는 보통 먹태 안주를 1만 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제공하는 데 반해 꽤 싼 편이다.

"취급한 게 일주일 안 됐습니다. 100개들이 한 상자만 일단 받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했는데 모두 팔았습니다."

임 대표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조리가 간편하다는 점을 들어 먹태가 인기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살이며 몸통까지 버릴 것 없는 생선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머리는 따로 뒀다가 육수 낼 때 쓰면 좋다.

세 마리를 사서 우선 한 마리를 먹어봤다. 뜨겁게 달군 냄비에 잘게 발린 살을 넣고 한 차례 덖어 식탁에 올렸다.

마요네즈와 간장, 청양고추를 다진 양념도 직접 만들었다. 모든 과정에 드는 시간은 5분가량. 손이 크게 가지 않고 짧은 시간에 낼 수 있는 안주나 간식거리로는 으뜸이었다.

한 번 덖어 겉이 바삭해 먹는 재미가 있었다. 입에 물고 몇 번 씹으니 어느덧 입에서 녹아 사라졌다. 굳이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붉은 메기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말린 나막스와 식감 등이 비슷했다.

남은 두 마리는 냉동실에 보관했다. 상할 수도 있어서인데, 먹을 때 해동해서 냄비에 한 차례 덖으면 된다.

명태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어류다. 한때는 한국 총어획량 28%를 명태가 차지했다. 이름이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 근해에 서식하는 명태 개체군은 사실 씨가 말랐다.

청춘건어물에서 취급하는 먹태도 원산지는 러시아다. 황태도 수입 명태를 국내에서 말려 파는 상황이다. 원인은 과도한 어획.

자급이 어려워지자 명태에 포상금이 붙기도 했다. 정부는 명태 자원 회복을 목적으로 종묘를 생산할 수 있는 활어 명태 성체를 잡아오면 시장 도매 금액보다 크게 쳐서 준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다행히 치어 25만 마리 자연 산란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 양식이라는 소득을 얻어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최근 명태 양식 산업화를 진행해 2021년까지 명태 양식 산업화 기반을 마련하고, 2022년부터 명태 양식 산업화를 연구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거제에서 명태 1마리가 잡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거제 덕포 앞바다에 설치한 연안 걸그물에 길이 50㎝가량 명태 성어 1마리가 잡혔는데, 거제에서 명태가 잡히리라 생각하지 못한 어민은 명태를 대구로 착각하기도 했다.

명태를 거둬간 경상남도수산기술사업소 거제사무소도 거제에서 명태를 포획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낯선 풍경이었던 셈이다.

언제쯤 국내에서 잡힌 명태가 밥상에 쉬이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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