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인재를 모시고 싶다."

허성무 창원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밝힌 시 출자·출연기관장 선임 기조다. 최근 진행된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는 허 시장의 이 같은 '의지'가 엿보였다.

총 17명 후보자가 서류를 접수해 16명이 면접을 봤음에도 시는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해 10월 전 재공고를 예고했다. 여태껏 이 자리는 시장 측근으로 채우는 게 불문율(?)로 여겨져 공모가 불발된 사례가 없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도내 문화예술계 일부에서는 공모 참여자 다수가 지역 문화예술인인 점을 들어 이른바 '홀대론'을 제기하며 허 시장에 눈을 흘기고 있다. 수장 공백 장기화로 재단 운영에 진통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다.

창원문화재단은 현재 전임 대표이사 시절 벌어진 채용 비리, 노조 파괴 공작 의혹 등으로 만인의 지탄 대상이 됐다. 전임 대표이사는 이 일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지역 문화예술계와 교분을 내세워 선거 공신이 된 뒤 낙하산의 부적절한 말로다. 재단은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조직 혁신과 정책 역량, 청렴성을 갖춘 인사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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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에 지역 대학교수, 전임 도지사 지사 시절 도 문화예술 관련 산하기관장도 여럿 지원했단다. 재단 내부에서는 특정 언론사가 자사 출신 인사가 줄곧 재단 대표이사를 해 온 만큼 이번에도 그리 만들려 했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지역 인사 역량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재단을 다잡는 데 있어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시의 고민도 이해할만한 지점이 있다.

모쪼록 재단이 시민 문화적 욕구 충족과 자존심 회복에 알맞은 인사를 맞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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