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감 배움중심 교육 강조 "대입개편안 학생부 문제만 부각"

"학생부 중심 전형의 공정성 때문에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확대한다는 건, 법관을 100m 달리기로 선발하자는 것 아닌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20일 도교육청 월요회의에서 교육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 이상 확대하는 교육부 대입 개편안 발표에 대해 "교육 철학이 담겨있지 않아 상당히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박 교육감은 "학생부 중심 전형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정상화에 가장 이바지한 제도라고 종교처럼 믿고 있다. 순기능이 있음에도 역기능만 부각해 대안으로 수능 위주 선발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며 "배움중심 수업이라는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학생 평가에서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은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이 언급한 학생부 중심 전형은 '학생부종합 전형'(이하 학종)을 뜻한다. '학생부교과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요소 중 내신성적만을 반영하는 전형이다. 반면, 학종은 내신성적(정량 평가)뿐만 아니라 수상·자격증·독서·창의적 체험활동(정성 평가) 등 생활기록부의 대부분 요소를 종합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대입 수시모집 전형에서 꾸준히 비중이 높아져 2020년도에는 전체 학생의 24.5%(수시 모집 31.69%)가 이 전형으로 선발된다. 상위권 대학들의 학종 비중이 높다.

학종이 확대되면서 평가 방법 변화는 수업 변화로 이어졌다. 생활기록부 요소 중 '행동 특성 종합의견',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 등은 예전과 같은 강의식 수업·객관식 평가로 기재할 수 없다. 학생부 기록을 위해 과정·배움중심 수업이 진행되고 학교교육 과정 중 다양한 참여와 학습 경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수업 혁신과 생활기록부 기재는 지역·학교·교사 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교사의 주관적인 의견이 기술되는 생활기록부 특성상 공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가 제출한 '최근 5년간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 정정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전국 고교 학교생활기록부 수정 건수가 18만 2405건이나 됐다. 2012년 5만 6678건에 불과했던 정정 건수가 5년 사이에 3배 넘게 늘었다. 유 의원은 "대학 입시에서 학종 비중이 갈수록 커지며 학생부 수정·정정 현황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내 일부 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학생들이 관여하면서 도교육청이 진상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이 학교는 반드시 교사들이 직접 작성하게 돼 있는 학생부 항목에 대해 학생들에게 내용을 적어 파일로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일선 교사들은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놓았고, 생활기록부 기재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학종 평가 신뢰를 강화하고자 고교 학생부 기재 내용을 축소·폐지하기로 했다.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교내 상을 남발하는 수상 경력 개수를 학기당 1개로 제한하는 방향이다. 학생들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로 제한하고,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항만 기재하기로 했다.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용과 질이 달라지는 생활기록부 기재 격차는 입력 글자 수를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더불어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고 자기소개서를 기존 4개 문항 5000자를 3개 문항 3100자로 축소한다.

교육계는 교육부 방안에 대해 생활기록부 다이어트로 부수 업무가 줄어들어 교사가 수업과 평가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 핵심 내용인 정시 확대가 이러한 개선 노력과 정면 배치돼 엇박자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교육감이 "우리는 과거의 불투명한 교육과정 운영과 수능 문제풀이를 위한 교사 중심의 교실수업과 성적 줄 세우기의 교육으로 되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미래교육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이 정답을 맞히는가? 암기를 잘하는가?'로 다시 학생들을 평가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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