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 가봤더니
국내 '빅4' 국제영화제 음악 접목해 시너지 극대화
78% 높은 좌석 점유율…지역 어우러지는 축제 승화

충청북도 제천시는 인구 13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의림지, 청풍호, 비봉산 등 빼어난 자연경관이 볼거리다. 이곳에서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열렸다. '국제' 타이틀이 붙는 몇 안 되는 국내 영화제 중 하나다. 예산 규모도 상당하다. 부산·전주·부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 이어 네 번째 위치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협찬을 비롯해 협찬사만 50개 가까이다. 앞선 세 도시가 인구 340만 명(부산), 65만 명(전주), 84만 명(부천)인 데 비하면 놀라운 저력. 한국언론진흥재단 세종·대전총괄지사 현장 연수를 통해 이틀 동안 제천이 어떻게 국제영화제를 치러내는지 살펴봤다. 경남에서 열리는 여러 지역 행사가 JIMFF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봤다.

포털 사이트에서 국내 영화제를 검색하면 100개가 넘는 영화제 정보가 쏟아진다.

그나마 '국제'라는 이름이 붙은 영화제로 한정하면 결괏값이 줄어든다. JIMFF는 그 결괏값 안에서도 상위에 놓인 영화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6개 영화제 가운데 하나다.

개막식이 열린 청풍호반무대에서 개막작 <아메리칸 포크> 출연자 조 퍼디, 앰버 루바스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최환석 기자

이름에 걸맞게 상영작 대부분 음악이 주제, 소재다. JIMFF는 영화제 춘추전국시대 속에서 '음악'이라는 소재를 선점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올해 JIMFF 표어는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개막작은 데이비드 하인즈 감독 <아메리칸 포크>를 꼽았다. 지난 2001년 9·11테러를 배경으로 아픔을 음악으로 치유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

개막식을 시작으로 영화 상영은 7개 대표 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했다.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시네 심포니 △뮤직 인 사이드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패밀리 페스트 △주제와 변주 - 인도 음악영화, 그 천 개의 얼굴 △시네마 콘서트 등이다.

이 가운데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은 5개 작품, 국제 경쟁 부문으로 치러냈다. 주제와 변주는 인도 음악 영화를 주제 삼아 볼리우드 영화 매력을 관객에게 전했다.

신성미 JIMFF 부집행위원장이 현장을 찾은 지역신문 기자들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음악 프로그램 구성도 영화 못지않게 풍부했다. △원 썸머 나잇 △의림 썸머 나잇 △2018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쿨 나이트 △제천 라이브 초이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원 썸머 나잇은 JIMFF 메인 프로그램 하나다. 영화인이 스페셜 큐레이터 역할을 맡아 음악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부터 다양한 공연으로 꾸며진다.

올해는 배우 박해일, 윤제문, 수애가 스페셜 큐레이터가 되어 각각 음악인 백현진, 씨 없는 수박 김대중, CR 태규, NELL(넬)과 대화했다.

이 밖에 자이언 티, 혁오, 카더가든, 김연우, 소란, 마틴 스미스, 아도이, 새소년, 밴드 소울트레인, 신촌블루스, 스텔라 장, 폴 킴, 타틀즈, 윤수일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2018 제천아시아영화음악상 시상도 눈길을 끌었다. JIMFF는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영화음악가를 대상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상을 전했다. 지난해부터 수상자 범위를 넓혀 제천아시아영화음악상 수상자를 뽑았다. 올해는 중국 음악가 탄둔이 상을 받아 개막식에 참여했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 <와호장룡>으로 200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2001년 그래미어워드 최우수 앨범 영화음악 부문을 수상한 음악가와 만났다.

영화제 프로그램 하나인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모습. 영화를 상영한 제천시문화회관 공간에 음악 프로그램 행사를 함께 준비해 음악과 영화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최환석 기자

인구 13만 명으로 국제 영화제를 치르려면 손이 많이 간다. 자원 봉사자 역할이 더없이 중요한 대목이다. 올해도 전국을 대상으로 짐프리(자원 봉사자)를 뽑았는데, 700명이 지원했고 총 243명을 뽑았다. 이들은 제천 구석구석에 자리한 행사장에서 여러 일을 맡아 영화제를 치르는 데 한몫을 했다.

JIMFF는 국내 영화제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평균 78%라는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2005년 총 42편 상영작, 15회 공연으로 시작했던 JIMFF는 올해 38개국 117편 영화 상영과 40여 개 음악 공연으로 거듭났다. 올해 영화 상영 편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동안 JIMFF를 거쳐 간 영화는 국내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비긴 어게인> <원스> 등이 대표작. <서칭 포 슈가맨> <치코와 리타> 등도 소문을 타면서 음악 영화의 매력을 뽐낸 작품이다.

매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있지만 제천이라는 지역과 음악 영화제의 연결 고리가 다소 미약하다는 점이 의문으로 제시됐다. 지역성을 앞세운 다른 축제 행사에 비하면 접점이 없는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신성미 JIMFF 부집행위원장은 "휴양, 자연치유"를 접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 영화제에서 찾기 어려운 자연과의 교류가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열린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 제천아시아영화음악상을 받은 음악가 탄둔(왼쪽에서 둘째)과 그의 가족이 행사장을 찾았다. /최환석 기자

이어 "제천만의 자연경관과 문화를 연계하는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며 "행사를 치르는 장소 자체가 제천만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음악·영화 콘텐츠와 관객을 잇는 접점 자체가 제천이라고 설명한다.

JIMFF 초기부터 반대 여론 또한 존재했다. 문화 콘텐츠가 먹고사는 문제와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컸다. 신 부집행위원장은 "돌도 많이 맞았지만 이제는 (음악영화제가) 잘 커가고 있다"며 "지금도 정체성을 다지는 시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행사를 잘 모르거나 참여하지 않는다는 시민이 분명히 있지만 이 행사가 시민의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설득하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잘 키운 문화 콘텐츠는 분명히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영화제는 올해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 영화 관람 경험이 없는 시민까지 포용하려고 시도했다. 시민 대상 무료 공연이나 찾아가는 영화 상영 프로그램(JIMFF 동네 극장, 팝업 시네마) 등이다.

JIMFF가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전반적으로 유료 '영화' 콘텐츠에 반감이 크지 않은 대중의 경향이 하나, 음악이라는 소재를 엮어 콘텐츠 파워를 향상시켰다는 것이 또 하나다.

JIMFF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설득과 지역 연계 과제를 잘 풀어낸다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도시에서도 국제적 행사를 충분히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다는 하나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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