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 윤범모 총감독 준비 한창
내달 4일부터 창원 곳곳
13개국 200여 작품 전시
공원에 16점 영구 설치
"들어가 놀고 만지는 미술
도시 풍경·삶의 질 바꿔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화"

내달 4일 개막하는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영구 설치 작품들이 세워지는 용지공원에 국내외 작가들의 조각품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불각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41일간 열린다. 13개국 작가(팀) 70명이 참여해 용지공원과 성산아트홀, 창원의 집, 역사민속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등에서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인다.

본전시는 용지공원 내 포정사를 중심으로 열린다. 관람객이 작품을 자유롭게 만지고 놀 수 있는 '유어예(遊於藝) 마당'이 펼쳐진다.

또 성산아트홀에서 '파격'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소재를 강조한 실내전시가 열린다.

특별전도 다채롭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새롭게 큐레이팅한 문신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창원의 집에서 미디어 전시를 볼 수 있다.

윤범모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이 용지공원에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조숙진 작가의 '삶의 색채'를 만져보는 윤 감독. /이미지 기자

윤범모(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은 "'불각의 균형'은 김종영(1915∼1982)의 불각(不刻)의 미학과 문신(1923~1995) 작업의 조화·균형의 세계를 결합한 것이다. 두 작가의 예술적 키워드를 이번 비엔날레의 기치로 삼았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윤 감독을 용지공원에서 만났다. 그는 뙤약볕 아래에서 유어예 마당을 만들고 있었다. 윤 감독은 창원조각비엔날레의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현 준비 상황은?

"본전시가 열릴 용지공원에 작품이 설치되고 있다. 마무리 단계다. 엊그제 이이남 작가가 창원을 찾아 '피노키오의 거짓말'을 세웠고 오늘은 윤영석 작가가 땀을 흘리고 있다. 작품의 성격과 소재 등을 고려해 영구 설치될 작품 16점의 위치를 정했다. 공원을 그대로 살리는데 신경 썼다. 작품이 공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를 맡는 등 국내 굵직한 비엔날레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미술은 고귀하다. 하지만 고귀함만이 전부가 아니다. 실용성도 중요한 가치다. 써먹는 미술은 왜 없는가?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숭배형 미술을 실용성(활용성) 미술로 바꾸는 본격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재로서의 미술을 창원에서 선보인다.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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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이런 점에서 '유어예 마당'이 기대된다.

"유어예 마당은 공자가 예술에서 노닐다라고 말한 유어예(遊於藝)에서 따왔다. 용지공원은 참여형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놀이조각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중심은 안종연 작가의 '아마란스(Amaranth)'다. 특허받은 LED를 활용해 국내에서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다. 높이 12m의 아마란스는 밤마다 빛을 발한다. 꽃을 뜻하는 작품 이름처럼 시민들이 자유롭게 꽃대궐을 거닐 듯 작품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름다운 조형성과 기능성이 함께 있다. 드럼통 안에서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잘 수 있는 작품(조숙진 작 '삶의 색채'), 심장을 형상화했지만 미끄럼틀이 되는 작품(윤영석 작 '심장유희(心臟遊戱)') 등 다양하다. 그저 갖고 놀면 된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폐막 후 조각품을 도시에 영구 설치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타 비엔날레와 성격이 다르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올해 4회를 맞는다. 어찌 보면 창원은 후발주자다. 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이지만 관객 참여형 측면에서는 창원조각비엔날레만큼 개방적이지 않다. 오히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더 파격적인 셈이다. 숭고하고 숭배시되는 현대미술을 향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시민참여형 예술행위로 비엔날레의 성격을 높이는 프로젝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도시에 조각품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진다는 우려가 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작품은 공해가 될 수 있다. 건축비용의 1%로 미술작품을 세우면서 전국 각지가 골치를 앓는다. 세울 때 정말 고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형성을 내세우는 전통적인 시각을 버리고, 누구나 작품을 만질 수 있다면 도시 풍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삶의 질과도 연결된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지속하려면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나?

"광주비엔날레 100억 원, 부산비엔날레 40억 원 등 타 비엔날레보다 예산(17억 원)이 적다. 참 아이러니한 부분인데, 작품을 영구 설치해야 하는 조건이라면 예산은 훨씬 높아야 한다. 다른 비엔날레는 작품을 대여해 반환하지만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작품을 사와야 하는 셈이다. 창원 조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려면 예산과 조직 구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남아있는 조각품, 앞으로 남을 작품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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