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이 함안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집단폭행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이후, 관련 영상을 공개한 이주민 지원 단체에 항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일부는 국민신문고와 창원시 게시판에 그 단체를 비난하는 민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왜 외국인을 편드느냐는 것이다.

출입국 직원의 외국인 폭행 의혹 사건이 심각한 것은, 이 일로 창원출입국사무소가 경남도경의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이주민 지원 단체가 제기한 내용에는 유학생 피해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출입국사무소에 5일간 보호조치 당했다는 의혹이나,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에게 당한 폭력 피해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이 단체는 몇 년 전 외국인 대중목욕탕 출입 금지 사건을 알렸을 때도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고 한다. 모두 외국인이 일방적인 인권 피해자들이라는 점에서 일부 한국인들이 적반하장격인 태도를 드러내는 건 부끄럽다. 최근 예멘 출신 이민자들의 난민 승인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것에서 드러나듯 외국인 혐오 현상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한국인들의 외국인 혐오는 모든 외국인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 이주민에게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 의식에 가깝다. 일부 한국인들의 몸에 밴 차별과 배타 의식도 문제지만, 이주민 유입 인구가 230만 명임에도 이주민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미흡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자발적 이직을 금지한 고용허가제 독소조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5개국 중 34위인 난민 수용률을 개선하고,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한 지 40년이 지났음에도 제정하지 않은 인종차별금지법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2012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청소년들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평균 60.12점으로서 성인들의 50.17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보다는 타 문화권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린 시각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 만큼, 이들이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감수성을 기르는 데 교육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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