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거래 안돼 서류 위변조·사기 차단
창원 오피스텔 피해 사건 후 대책으로 주목

"최근 창원에서 이중계약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잊을 만하면 일어난다. 이를 막을 가장 좋은 방법은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이다."

경남 도내 부동산중개업계 한 관계자 말이다.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이 관계자 말대로 이중계약 등 각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하지만 '종이 서류'에 익숙한 기존 관습이 시스템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19일 부동산업계·국토교통부·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은 종이·인감 없이 온라인 서명으로 모든 부동산 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전자 시스템이다. 한국감정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위임받아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은 매수·매도인, 임대·임차인, 공인중개사가 꼭 한자리에 모일 필요 없다. 스마트폰·태블릿PC만 있으면 '계약 내용 확인-SMS 본인 인증-전자서명(신분증 첨부는 선택 사항)'으로 간편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후 '공인전자문서센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계약 내용을 열람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경제성·편리성과 안전성에 장점을 두고 있다. 우선 부동산 서류(건축물대장·토지대장 등)를 떼야 할 필요도 없고, 등기수수료는 30% 절감되며, 중개수수료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도 있다. 종이 서류가 없어 보관 부담도 없다.

안전성은 △계약서 위·변조 원천적으로 불가능 △거래 당사자 신분 철저히 확인 가능 △이중계약·사기계약 방지 △공인중개사 자격·등록 여부 확인 가능 등을 안고 있다.

최근 창원에서 일어난 '오피스텔 이중 계약 피해'는 보증금 부풀리기였다. 예를 들어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에게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계약한다고 하고, 세입자에게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으로 계약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이 부풀려진 보증금을 여러 세입자로부터 받아 잠적한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상남도지부 관계자는 "이번 피해는 대리 계약으로 진행됐기에 일어난 일이다"며 "그런데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은 시스템적으로 대리 계약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이에 종종 발생하는 이 같은 '이중 계약'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 시스템'을 애초 서울 중심으로 시범 도입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정부는 시스템 확산을 위해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전자계약 거래 당사자가 국민·우리·신한 등 7개 은행으로부터 매매·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 금리 0.2%p 인하 혜택을 받는다. 또한 전자계약 이용자는 중개보수 2~6개월 무이자 카드 할부, 캐시백 5만~10만 원 혜택 등도 얻는다. 공인중개사 처지에서도 행정처분 완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는 일선 중개사들에게 인증서 발급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데, 현재 도내 공인중개업소 가운데 10%가량만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창원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젊은 분들 가운데는 전자계약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노년층을 중심으로 '부동산 계약은 종이·도장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고, 표면적으로 와닿아 한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경남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것에 익숙하지 않은 공인중개사들은 이용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부에서는 관련 교육·홍보를 통해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실제 점진적으로 확산해 나가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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