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김종대 의원 초청강연 추진
사측 '쟁의행위 금지' 들어 불허
김 의원 정문 밖에서 강의 촌극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이 지난 16일 창원 방위산업체 정문 밖에서 안쪽에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 강연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노동조합이 김 의원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자 했지만, 사측이 출입 자체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원도 방위산업체 못 들어가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는 지난 13일 한화지상방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곳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국회의원을 초청해 '남북 화해 협력 시대와 방위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각각 열겠다고 사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노조는 임시총회를 소집해 회사 교육실과 식당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시총회를 열고, 세미나도 함께 할 계획이었다.

이에 사측은 거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는 '임단협 교섭 중 쟁의 기간임을 감안할 때 생산인력 전체가 대상이 됨에도 3일 전에 통보해 실질적으로 업무를 저해할 목적이며, 조합원 총회를 수단으로 하는 쟁의행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방위산업 종사자는 법률상 쟁의행위가 금지돼 있다며, 임시총회 강행 시 법률 검토를 거쳐 후속조치도 하겠다고 했다.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이 지난 16일 창원 신촌에 있는 한화지상방산 정문 밖에서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한화지상방산 측도 '협력사 등 여러 가지 현안으로 정상적인 공정별 업무진행이 불가한 상황으로 엄청난 유실 공수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노조 측의 협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국회의원 회기 일정, 참석 인원, 세미나 시기 등을 고려해 부득이 회사에서 강연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거듭 협조를 요청했지만, 사측은 임시총회 자체가 불법 파업이라며 강연자 출입을 막았다.

이 때문에 회사 2곳 정문 출입구를 경계로 강연자는 밖에서, 청중은 안쪽 도로에서 강연을 듣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삼성테크윈지회 임시총회에 지상방산 조합원 110여 명, 에어로스페이스 조합원 430여 명이 참석해 강연을 들었다.

◇방위사업장 노동 3권 보장 필요 = 정의당과 노조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방위사업장의 노동권 보장 필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김 의원은 "방위사업장 노동자가 노동 3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방위사업장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희 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애초 고 노회찬 의원이 하기로 한 강연이었는데, 국방위 소속 김종대 의원이 하게 됐다. 방위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조합원 교육 시간에 교육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경수 도지사도 노동 중심을 이야기하는데, 기업이 노조를 함께할 동반자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택 삼성테크윈지회 사무장은 "사측에 국회의원에게 사과, 조합원 (불법 파업) 겁박 등에 대한 입장을 다시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방산 물량 등에 대한 문제를 국회의원에게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인데, 사측이 노조가 세미나를 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식당에 자물쇠까지 채워놓은 것을 확인했다. 사측이 방위산업 파업금지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방산업체여서 외부인 출입에 협의가 필요한데, 협의가 충분하지 못했다. 또, 강연을 근무시간에 하겠다고 해서 회사가 공정에 차질이 생겨서 반대한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2014년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지상방산, 한화테크윈,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 등으로 분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지상방산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가 대표 노조지만 방위산업체여서 노동 3권 중에서 단체행동권을 제약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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