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사례와 관련한 수사가 그다지 큰 진전을 못 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한몫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판결이 덩달아 그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촉매제가 되리라 예상된다. 인권단체들이 안 전 지사 판결을 두고 승복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따져 분명 뭔가 있기는 한데 애매한 법 규정이 원인 규명을 어렵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투운동의 본질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는 새겨들을만하다.

경남의 미투 사례 역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해 아쉬움이 크다. 물론 사건 자체가 너무 은밀하여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속성상 시간이 오래 걸려 꼭 수사가 답보하고 있다는 식의 비판이 합당한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건과 비교해 속도가 더디고 진척과정도 거의 드러나는 게 없어 궁금증만 확대재생산되고 있을 뿐이다. 특히 학교 교사들의 경우 학교 자체에서 수업을 배제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약해지는 흐름을 보여 이러다가 진실은 감추어지고 가해자는 활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움이 고개를 든다.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당사자는 어린 피해자와 부모들이다. 인권은 고사하고 정신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좌절감이 얼마이겠는가. 당해보지 않고는 아픔의 크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은 자명하다.

미투운동은 여성인권운동이요, 자존감회복운동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전제 아래 남성에 의해 저질러지는 반인권적 성폭력을 뿌리 뽑아 이 땅에 차별 없는 성평등을 정착시키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끝까지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과 철저한 수사역량만이 그러한 대중의 요청과 악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해 탈이다. 경남의 상황이 그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비추어 전국적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능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수사력을 고도화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이 문제에 다가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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