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7일, 나는 로또에 당첨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 8월 4일, 로또 당첨금을 받았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짜냐고 물어보겠지? "네, 맞아요. 제 인생에서 로또 당첨의 행운을 가져다준 아기가 태어났거든요."

2005년 나는 대입 면접시험에서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었다. 아마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던 것 같다. '나는 결혼하면 무조건 셋은 낳을 거야.'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는 평소에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 후 만 3년이 다 되어가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의 임신 소식, 그리고 손아래 동서의 임신 소식 등 주변의 모든 임산부가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는 홀로 서울에서 간호사로 3교대 근무를 하며 거의 '월말부부'로 지냈기에 임신은 더 힘들었다. 당시 학업과 직장생활을 동시에 했기에 많이 지친 상태라 나중에는 직장도 그만두고 대학원도 휴학했다. 하지만 너무 마음이 조급했던 것인지 임신이 되지 않았다. 유명 연예인이 삼둥이를 가졌다고 하는 병원에도 찾아가 보았지만, 난임이라며 인공수정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그 전보다 마음을 가볍게 먹고 지내던 어느 날, 그렇게나 부러워했던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였다. 로또 당첨자만큼이나 놀라고 기뻤다. 비록 임신 기간 직장과 학업으로 신랑과 떨어져 홀로 서울의 한 비좁은 오피스텔에서 지내야 했지만 배 속의 아기와 함께라는 생각에 외롭진 않았다.

2017년 8월 4일, 로또 당첨금을 직접 수령한 바로 그날(!)부터 내 인생은 그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그 전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예쁜 옷과 신발을 사는 게 삶의 낙이었다면, 이제는 내 아이와 눈을 맞추며 교감하며 수유하는 순간, 아이가 나를 향해 기어오는 순간, 자는 아이의 숨결을 느끼는 순간이 가장 큰 행복이다. 아기가 커가는 매 순간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 친정과 시댁에도 손녀 덕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30여 년간 부모님께 제대로 못했던 효도를 손녀를 낳은 것으로 퉁친다(?)고 해도 될 만큼 행복해하신다.

"이 정도면 저, 로또 맞은 거 맞죠?" 행복은 내 마음속에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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