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패널 등 가격경쟁력 향상 기대

전자기기 배선과 회로, 전극에 사용하는 기존 은(Ag·Silver) 잉크를 거의 같은 성능이지만 가격은 10분의 1 정도로 낮춘 차세대 복합 잉크가 국내 연구진 손에서 개발됐다. 터치패널·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술로 기대된다.

전기 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최규하·이하 KERI)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연구책임자 이건웅 책임연구원·정희진 책임연구원)는 '그래핀'을 구리에 합성해 가격은 낮추면서도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지닌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귀금속 계열인 은(Ag·Silver)은 전도성 잉크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인다. 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산화가 잘 안 되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매우 높다. 이에 성능은 은과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10배 싼 구리(Cu·Copper)가 대체 소재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리는 은보다 녹는점이 높고 공기 중 쉽게 표면에 산화막이 생겨 문제였다. 또한, 전극 제조 과정에서 고온에 노출되면 구리 입자가 산화하는 단점도 있었다. 산화막이 형성된 구리는 전기가 흐르지 않아 산화를 막을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KERI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고자 '그래핀' 소재를 썼다. 그래핀은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가 우수해 금속 소재 산화 방지막으로 활용할 만한 나노 소재다. 연구팀은 같은 구리라도 나노 크기가 아닌 더 값싼 마이크론 크기의 상용 구리 입자를 써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또한, 구리 입자 표면에 여러 층의 그래핀을 용액 상에서 합성하는 '액상합성법'으로 대량 연속 공정 기반을 구축했다.

풀어서 말하면 구리가 은과 비슷한 정도로 전기가 잘 흐르지만 가격은 은의 10분의 1인 게 장점이다. 하지만, 구리는 은보다 녹이 훨씬 잘 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은보다 가공 시 높은 온도에서 해야 해 가공하기 어려워 얇고 유연한 재료로는 잘 활용되지 못했다. 구리 소재의 이런 두 가지 단점을 하나는 그래핀이라는 소재와 결합(그래핀이 구리 표면을 감싸 산화 방지)해 녹이 잘 스는 단점을 극복했다. 또 하나는 열 대신 빛을 불연속적으로 쏘아 가공함(광열소성)으로써 은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기가 통하면서도 유연하고 얇은 재료로 쓸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단점을 극복함으로써 소재 가격은 낮추되 대량 생산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까지 확보했다.

이건웅 책임연구원은 "구리 표면에 여러 층의 그래핀을 합성하고자 세계 최초로 액상합성법을 적용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구리-그래핀 표면형상 제어 방법을 개발해 대량 연속공정 가능성을 확보했다"라고 설명했다. 정희진 책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구리잉크 산화에 따른 전기적 불안정성을 그래핀과 결합함으로써 해결한 것"이라며 "더 값싼 상용 구리 입자를 사용하고 양산하기도 어렵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발 성과가 앞으로 전자파차폐(EMI) 필름·태양전지·무선인식(RFID) 안테나·연성 인쇄 회로기판(flexible PCB)과 웨어러블 신축 전극 등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을 마쳤고, 자체 양산 준비를 하고 있다. 더불어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업체를 탐색하고 있다. 관련 업체와 협의해서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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