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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꽃 이야기]담장 옆에 피는 능소화

임그리워 붉게물든 얼굴 저녁노을 닮았네
임금 사랑 받던 궁녀 '소화'
주변 후궁들 질투에 따돌림
담장 너머서 임금 기다리다
힘없이 쓰러져 피어난 영혼
왕후 무덤 뜻하는 '능' 붙여
후세 사람들 능소화로 불러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webmaster@idomin.com 2018년 08월 16일 목요일

옛날 중국의 이야기이어요.

궁궐에 '소화'라는 아주 예쁜 궁녀가 있었어요.

그 소화가 얼굴이 너무 예뻐서 같은 궁녀들끼리도 질투를 느낄 정도였어요. 누구라도 그 소화를 한 번 보기만 해도 그 빼어난 아름다움에 눈길을 쉽게 돌릴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런 소화가 어느 날 궁궐 정원을 거니는 임금님의 눈에 우연히 띄게 되었어요.

임금님은 첫눈에 그 궁녀의 예쁜 얼굴에 정신이 팔렸어요.

시골 담장에 핀 능소화. /경남도민일보 DB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늘같은 임금님이 작은 한 궁녀의 이름을 물었으니, 소화의 심장이 콩콩 뛰었지요.

"예, 저- 전하, 소화라는 궁녀…."

소화는 목소리가 너무 떨려 말을 끝내지 못하고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였어요.

임금님은 소화의 얼굴을 몇 번이나 아래위로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이었어요.

"소화라. 참으로 예쁘구나."

그날부터 며칠 후, 소화가 궁중의 절차를 밟아 임금님을 모시는 빈(후궁)의 자리에 올랐어요. 소화를 끔찍이 사랑한 임금님은 궁중 깊은 곳, 아주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에다 소화가 혼자 생활할 수 있는 별당을 마련해 주었어요.

그때부터 임금님이 소화의 그 예쁜 얼굴에 빠져 다른 빈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소화의 별당에만 자주 찾아갔어요. 임금님이 별당에 가서 소화와 말을 나누어보니 그 착한 마음씨가 백합처럼 아름다웠고, 하얀 피부, 동그란 얼굴, 고운 목소리가 임금님의 마음에 쏘옥 들었어요.

그러자, 궁중의 빈들 사이에서 무서운 질투가 화살처럼 소화를 노렸어요. 같은 빈의 자리에 있는 다른 여인들은 소화에 대한 시기, 질투를 무서운 칼처럼 번득거렸어요. 그 빈들은 궁중 깊은 한 곳에 모여 술책을 꾸며, 소화의 침실을 아무도 몰래 궁중에서 제일 구석진 곳으로 옮겨버렸어요. 임금님은 그런 소화를 몇 번 찾다가 차츰 잊어갔어요.

소화는 빈들 사이에서 버림받은 처지가 되었어요. 어쩌다 궁중에서 빈들끼리 모이는 날에는 소화는 빈들로부터 왕따가 되어 제일 뒷자리로 밀려나 보이지도 않게 되었어요. 소화가 임금님의 마음에서 잊혀갈수록 소화는 더 간절한 마음으로 임금님이 자기를 찾아주기를 기다렸어요.

오늘도 소화는 자기가 거처하는 궁중의 정원을 거닐면서 임금님이 혹시나 자기를 찾아오나 기다렸어요. 담장 너머에 귀를 기울이고 임금님의 발걸음 소리에만 귀를 열었어요.

"아, 임금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뵈올 수 있다면…."

소화는 하루 종일 담장 곁에 쪼그리고 앉아, 담장 너머에 사람이 가는 발걸음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었어요. 더구나 해가 서산에 기우는 저녁이 가까워져 오면 소화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더 간절하게 임금님이 그리워졌어요. 소화는 서산에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며 임금님이 그리워 울먹이기까지 했어요.

"아, 임금님께서는 나를 영영 잊으신 것일까?"

"아, 그 다정하신 목소리, 내 손목을 잡아 주시던 그 따듯하신 손길…."

창가에 새소리가 지저귀는 아침, 소화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밝은 해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빌었어요.

"제발, 오늘은 임금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뵐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침나절이 되자, 궁궐 정원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었어요. 모란꽃, 함박꽃, 나리꽃 사이로 나비들이 이리저리 춤을 추며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소화는 중얼거렸어요.

"아, 나도 나비처럼 양쪽 어깨에 날개가 있다면 임금님께 훨훨 날아갈 수 있으려만."

소화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혼자서 정원을 거닐거나 담장 곁에서 임금님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어요. 그런 소화의 몸이 점점 수척해지고, 마음도 이상해졌어요. 담장 너머로 귀를 기울이다가 헛것을 본 것처럼 미친 듯이 달려가 임금님을 부르며 앉아 엉엉 울기까지 했어요.

먼발치에서 이를 지켜본 궁녀들은 소화를 불쌍하게 여기며 중얼거렸어요.

"쯔쯔. 그냥 궁녀로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 말이야. 빈이라는 자리가 높고 우아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밤이 되면 소화는 더 고통이 심했어요. 잠자리에 누워 있어도 머리에 열이 불덩이같이 오르고, 간혹 임금님을 부르며 헛소리까지 했어요.

여름 어느 날, 노을이 붉게 물든 저녁나절이었어요.

소화의 얼굴이 살아 있는 사람 같지 않았어요. 소화가 파리한 얼굴에 숨을 할딱이며 담장에 기대 서서 임금님의 발걸음 소리를 듣기 위해 담장 너머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러다 기다림에 지친 소화가 담장 옆에 힘없이 쓰러져, 숨을 할딱거리다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어요.

"임금님, 여기 담 아래에서 영원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런 소화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평소에 소화를 지켜보기만 하던 궁녀들이 하나, 둘 모였어요.

"얼마나 그리움이 사무쳤으면 상사병에 걸려 이 지경에까지."

"소화가 평소에 이 담 밑에서 임금님을 기다렸으니 이곳에 묻어주자."

"맞아. 이렇게 사무친 한을 품고 죽은 그의 혼도 이 담 아래 묻히길 바랄 거야. 평소 그의 유언이기도 해."

궁녀들은 소화의 유언대로 소화가 쓰러진 담장 아래에 그녀를 묻어주었어요.

소화의 영혼은 그렇게 담장 아래에 묻히게 되었어요.

다음 해 궁궐에 신록이 우거지는 여름 날, 소화가 쓰러져서 묻힌 그 담장 아래에 꽃잎이 나팔꽃 모양의 꽃들이 붉게 피었어요. 임금님의 발걸음 소리를 듣기 위해 담장을 타고 올라 꽃잎이 귓바퀴처럼 활짝 핀 꽃이었어요.

궁녀들이 하나, 둘 그 꽃이 핀 담장 앞으로 모여 들었어요.

"소화의 영혼이구나."

"그렇게 임금님을 그리워하더니, 죽어 꽃이 되었네."

"소화의 처절한 한이 서린 꽃이야."

"글쎄 말이야. 저 꽃잎을 봐. 얼마나 임금님의 발걸음 소리를 기다렸으면 저렇게 꽃잎이 귓바퀴처럼 활짝 열렸을까?"

궁녀들은 그 꽃이 임금님을 기다리는 소화의 영혼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하게 돌보았어요. 궁녀들의 입을 거쳐 그 꽃을 소화의 영혼이 숨은 꽃이라고 생각하여 '능소화'라고 불렀어요. 궁중 사람들, 일반 백성들도 그 후에 '능소화'라고 부르게 되었어요. 여기서 '능'의 뜻은 왕후의 무덤을 의미하는 것이래요.

소화의 처절한 한이 서린 꽃이라서 그런지 그 꽃에는 독이 들어 있다고 해요. 능소화의 꽃가루가 사람들의 눈에 들어가면 시력에 위험을 준다는 무서운 말까지 있어요.

능소화가 왜 담 근처에 많이 필까요?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 '그리움'이라고 해요.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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