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관람·영화제 소식 모아
오늘 창원 '리좀' 예술가 그린 영화 상영회
EBS국제다큐영화제 20일부터 TV 방영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기다려왔다면 이번 주를 놓치지 말자.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논픽션 영화가 우리를 찾아왔다. 영화관에서 밤을 새워도 좋다. 아니면 매일 밤 TV 앞에 앉아 나만의 영화관을 만들자.

◇밤을 잊은 그대에게

창원 에스빠스 리좀이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예술, 그리고 예술인'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영화 상영회를 연다.

먼저 16일 오후 10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감독 아녜스 바르다·제이알, 프랑스)이 에스빠스 리좀 지하 1층 씨네아트 리좀에서 상영된다. 현재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역 최고의 여성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프랑스 길거리 예술가라 불릴 만큼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JR(제이알)을 만날 수 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스틸컷

이어 17일 자정에는 <류이치 사카모토:코다>(감독 스티븐 쉬블, 일본)가 시작된다. 일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상과 더불어 그가 추구하는 삶과 지향하는 음악을 알 수 있다.

이후 오전 2시에 상영하는 <댄싱 베토벤>(감독 아란차 아기레, 스페인 외)은 전 세계 350명의 예술가가 전하는 감동의 무대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과 현대무용의 신화라 불리는 프랑스 무용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의 만남이라 주목을 받는다.

마지막 영화 <메이플쏘프>(감독 펜튼 베일리·랜디 바바토, 미국)는 오전 4시에 시작한다. 포토그래퍼이자 뉴욕의 아이콘 로버트 메이플쏘프가 출연한다.

네 편 모두 다큐멘터리로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영화 상영회 문의 070-8802-6438.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엿보기

영화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류이치 사카모토를 담은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코다>. 그는 2012년 인후암 판정을 받은 후 모든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앨범 를 발표하기까지의 5년을 담았다.

인간 류이치 사카모토와 예술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다르지 않았다.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고스란히 음악에 담겼고, 일본 거장의 손에서 탄생한 곡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바라고 살고자 하는 세상의 목소리다.

그는 모든 소리가 음악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잡음을 수집하고 낚는다. 숲을 걷는 발걸음 소리, 버려진 고철에서 나는 소리, 플라스틱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등 음악과 소음을 애써 구별하지 않는다.

<비비안 웨스트우드:펑크, 아이콘, 액티비스트>. /스틸컷

이에 대한 태도는 '쓰나미 피아노'라는 곡에서 알 수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은 피아노를 어루만지던 그는 "익사한 피아노 송장을 연주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하는데, 조율하지 않은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가진 이 피아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의 현장을 찾는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원전 반대 집회에 참여한다. 재해 당시 대피소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반핵활동가이자 환경운동가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현장에 있었던 그는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인간의 폭력성은 왜 생겨날까, 전쟁과 격차, 불평등으로 정말 불합리한 세상이라고.

"바흐의 곡이 우울하게 들리는 것은 전염병과 굶주림, 억압 때문이죠. 당시 유럽 상황이 그랬거든요."

그는 바흐의 '코랄 전주곡'을 자주 연주한다. 바흐는 '코랄 전주곡'이라는 이름의 찬송가를 만들었다. 당시 유럽 상황을 보면서 기도문을 암송하며 음표 하나하나를 그렸다고 알려진 곡이다.

류이치 사카모토도 자신만의 코랄 전주곡을 만들고 싶다.

영화에서 점차 완성되어 가는 그만의 코랄 전주곡 '솔라리'에는 그가 추구하는 삶과 음악이 담겨있다.

언제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부끄럽지 않은 것들을 남기고 싶다는 음악가. 암 투병으로 약해진 몸을 보며 좀 더 열심히 날마다 손가락을 움직이기로 했다는 예술가의 일상이 진심으로 전해진다.

<메이플쏘프>. /스틸컷

◇제15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20일 개막

EBS 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가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2004년 부분 경쟁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표방하며 출발한 EIDF는 올해 15회를 맞았다.

영화제 기간에 총 11개 프로그램 섹션에서 33개국 72편의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월드 쇼케이스 △키즈 다큐 △허스토리:세상과 맞서다 △나의 삶, 나의 예술 △내 손안의 다큐-모바일 단편 경쟁 등에서 골라 즐기면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하다. TV방송과 EBS 스페이스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등 여러 곳에서 상영된다.

'제15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포스터.

올해 EIDF 개막작은 <비비안 웨스트우드:펑크, 아이콘, 액티비스트>(감독 로나 터커, 미국)다. 명품 브랜드 이름으로 잘 알려진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디자이너 웨스트우드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목소리로 남성 중심 사회의 유리 천장을 깨고 시대의 아이콘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그녀의 삶을 만날 수 있다.

20일 EBS 스페이스 홀에서 상영되고 오는 25일 오후 6시 45분 EBS 1TV에서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라이트 투 파이트(Documentary-Right to Fight)'라는 슬로건을 내건 2018년 EIDF. 세상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다큐멘터리 정신을 담아냈다.

영화 소개와 상영시간표는 누리집(http://www.eidf.co.kr)을 참고하면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