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로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알파고 리'로 5주 만에 16만 개의 기보를 학습했다. 프로바둑기사가 1년에 1000판을 둔다고 치면 '알파고 리'의 학습량은 인간의 1000년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알파고의 하루는 인간의 35.7년이다. 2017년 10월 '알파고 제로'의 등장으로 세계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알파고 제로'는 72시간 학습으로 '알파고 리'에 100전 100승! 한 수에 0.4초 '초속기'로 490만 판을 혼자 둔 결과였다. 이로써 지식 습득에서 인간은 기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이 같은 인공지능을 핵심동인으로 삼는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기술로 생산·유통·소비의 전 과정에서 모든 것을 서로 연결하고 지능화한다. 이러한 초연결·초지능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하며, 그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인재상은 창의융합인재이다. 창의적 인재는 기존의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융합적인 인재는 한 가지 분야의 지식에 머물지 않고 다른 영역의 지식과 연결시킬 수 있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다. 창의적 인재는 호기심을 갖고 평상시에 질문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길러지고, 융합적인 인재는 다양한 독서와 적극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소통과 공감을 통해 길러진다.

이러한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 가운데 하나가 컴퓨팅사고력이다. 컴퓨터 과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하여 실생활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중점 목표로 삼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SW)교육(흔히 코딩교육)이다. 올해 중고등 교육과정에 반영되었고 내년에는 초등교육과정에도 들어간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전문가 또는 전문가 집단이 제공하는 디지털언어를 일상생활에서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단순 이론 학습이 아니라 배운 이론을 실생활에서 문제해결을 위하여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고 해결책을 도출해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고 협업해야 한다. 서로 다른 해결책을 받아들여 자신의 해결책을 수정하고 보완해 가는 과정에서 실수가 잘못이 아니라 진정한 배움임을 알게 된다. 또한 시행착오를 통해 도전정신을 익히게 된다. 실생활의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협업을 통해 창의적 해법을 구현하는 것이 SW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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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교육주체들부터 이를 잘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교육 당국은 서둘러 도입하다보니 학교에서 이를 가르칠 역량을 미리 양성하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필요하다고 중요하다고 하니 그런 줄은 알겠는데 정작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 몰라 갑갑하다. 교육 당국은 늦었지만 조금씩 제 역할을 할 것이다. 학부모들은 일단 이처럼 급변하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조급해하지 말고 소프트웨어코딩의 실상에 대하여 주변에서 차근차근 알아보는 것도 괜찮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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