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대상화되고 돈으로 거래되는 현실
각자 위치서 지구 살리는 일에 동참해야

많은 분이 시골살이가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 오신다. 힘이 들지만 지키고 싶은 가치와 나만의 삶을 살아내고픈 마음이 크기에 계속 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질문을 받다보니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득, 도시를 떠나 처음 시골에 와서 작은 텃밭을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종묘상에 씨앗을 사러 갔는데 모두 수입 씨앗이었다. "아저씨, 국내산 종자는 없나요?"라고 물으니 나를 아래위로 쳐다보시면서 "그거 심으면 다 잘 나요"하셨다. "아니, 제가 몰라서 그런데 국산 토종 종자는 팔지 않나요?"하고 다시 물으니 답도 안 해 주시고 그냥 가라고 손짓만 하셨다. 그 일 이후, 종자에 대한 정보와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소위 '종자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심지어 빼앗긴 토종 종자 수가 어마어마하고 이것을 유전자변이하여 특허를 낸 다국적 기업에 종자 수입으로 매년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오래전부터 생명은 하나의 상품으로 조작되고 거래되고 있었다. 이미 공장식 축산과 양계 등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명이 아닌 제품으로 유통이 되고 있고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생명이 상품이 되었고 그로 말미암은 생태계의 파괴로 이미 사라진 종들도 많다.

인간의 탐욕과 욕심은 자연과 자연의 관계망을 해체시켜 버렸고 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 버렸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조밀한 관계망을 끊고 자르고 다시 조합함으로서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고리를 만들게 되었다. 인간의 이런 오만의 대가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상기온, 먹거리 문제를 포함, 더 무섭고 가혹한 것들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가 폭염과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 모두 지금이라도 자연의 순환을 회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온 국민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이때 우리 정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통해 식품, 종자, 첨단농업 등 미래 농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사업이 청년 일자리와 수익창출 그리고 기술집약적인 농산물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큰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이 생명 순환 고리를 복원하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종자가 제품이 되었고 앞으로 사람들은 스마트 농업공장을 통해 생산될 농산물을 사 먹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땀 흘려 농사짓고 종자를 이어받아 보관하고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오래된 유물처럼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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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생명이 대상화되는 이 현실이. 어떤 생명이나 존재 그 자체의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이런 거래를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생명이 힘을 가진 주체에 의해 그 가치가 자본으로 거래되는 이 현실을, 힘이 없는 존재들이 힘을 가진 존재에 의해 대상화되고 있는 이 현실을.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생태 고리를 연결하는 일들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아주 작은 일상에서부터 지구를 살리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 농촌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지구를 사용하는 지구인의 마땅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지구인으로서 후손들의 삶의 자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아야 하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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