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량 줄고 수요 늘어
1통 평균 2만 7938원

복날 즐겨 먹는 여름 대표 과일 수박. 말복인 16일 수박을 선뜻 사먹기 부담스러워졌다. 최근 한 달 새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요즘 수박은 '금수박'으로 불리고 있다. 폭염에 따른 생육 저하와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평년 시세를 훨씬 웃도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비싼 수박 가격을 두고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수박 1통 평균 소매가격이 2만 7938원으로 지난달 1만 6495원보다 69.4%나 올랐다. 지난해 2만 1461원과 비교해도 30.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유통가도 다르지 않다. 이날 창원지역 유통업체 수박 가격이 1통에 2만 7500원 등 대부분 2만 원대 후반이 주류를 이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원대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비싸졌다. 본격 휴가철이었던 8월초에는 2만 9800원까지 치솟는 등 3만 원에 육박했다.

불볕더위로 시원한 수박을 찾는 소비자들 지갑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비싼 수박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을 찾기도 했다.

창원지역 한 대형유통매장에 진열된 수박. 한 통 가격이 2만 5000원 선이다. /문정민 기자

지난 주말 여름휴가를 다녀온 박해진(39·마산합포구 월영동) 씨는 "계곡에 놀러 가기 전 마트에 들렀는데, 수박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너무 비싸서 차마 사지 못했다. 후식으로 과일은 먹어야 할 것 같아 참외와 사과를 대신 샀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장을 본 이모(36·진해구 이동) 씨도 비싼 수박 가격에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더위를 잊게 해줄 수박 하나 마음껏 못 먹는다"고 푸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박 가격의 급등 원인으로 폭염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했다. 무더위에 시원한 수박을 찾는 소비자는 늘었는데, 올봄 이상저온에 불볕더위까지 겹치면서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 유통업체 농산물 담당 관계자는 "7월 상순까지 평년 수준 가격이었으나, 중순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노지에서 키운 수박이 본격적으로 수확되는데, 올해는 유례없는 더위로 과육이 물러지고 신맛이 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런 수박을 '피수박'이라고 하는데 상품성이 없어 판매할 수 없다. 무더위와 폭염으로 수요는 증가한 반면, 공급량은 부족해 상품성 있는 수박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판장 관계자들도 수박이 이 정도로 비싸게 팔리는 일은 드문 경우라고 말한다. 마트에서는 수박이 없어 서로 빌려가기도 한다. 그 정도로 물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말복이 지나고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 가격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아무래도 수박을 덜 찾으니,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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