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미투 어찌되고 있나
이윤택·조증윤 등 재판 진행 중
스쿨 미투 2곳 경찰수사 답보
여성단체, 안희정 무죄여파 우려

수행비서에 대해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미투' 사건 이후 경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에서도 '미투' 폭로가 잇따랐지만, 실질적 후속 대책 등은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투' 사건, 어찌 처리됐나 =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지난 4월 구속 기소돼 5월부터 이달까지 공판을 진행 중이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자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상습 성추행한 혐의(유사강간 등)를 받고 있다.

미성년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증윤(50) 전 김해 극단 번작이 대표에 대한 재판은 창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시 10대인 여자 단원 2명을 극단 사무실과 차량 등에서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부터 7월 21일까지 9차례 재판이 열렸다.

창원대 무용학과 남자 교수 성추행 혐의 건도 7월 창원지법에 공소장이 접수돼 이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하용부(63) 전 사단법인 밀양연극촌 촌장도 지난 2월 밀양연극촌 단원을 지낸 여성으로부터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하 씨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하 씨에 대한 고소, 고발 등이 없어서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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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미투'는 = 학생들이 나선 '스쿨 미투'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의 수업 배제 등이 이뤄지고 있다.

창원 한 여고는 지난 5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생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여고는 학생 전수조사를 거쳐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3명을 수업에서 배제했다. 학교는 사학 법인에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했지만, 아직 징계위가 열리지는 않았다. 교사 3명 중 1명은 여전히 수업에서 배제됐고, 나머지 2명은 학생부 작성 등을 이유로 학교에 복귀한 상태다.

또 다른 여고도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사 2명을 지난 6월 1일부터 수업에서 배제했다. 교사는 징계위 회부를 앞두고 있다.

경찰은 학교 2곳 모두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피해자 진술 등이 이뤄지지 않아 수사는 답보 상태다.

◇여성단체 "해결된 게 없다" = 지난 3월 여성단체 등이 결합해 구성한 미투경남운동본부는 "해결된 미투가 없다"고 밝혔다. 미투경남운동본부는 안 전 충남지사의 1심 판결 결과가 경남 지역 등의 판결과 이후 미투 운동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윤소영 미투경남운동본부 운영위원(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안희정 전 지사 판결 결과가 다른 미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며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재판부에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 같아 더 분노감이 든다. 가해자가 무죄를 받았다고 피해자 피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조직의 잘못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가해자 처벌은 미투 운동의 한 부분이다.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 조직을 바꿔내야 한다. 경각심을 갖게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가해자 처벌로 모든 일이 끝날 것처럼 접근하면 안된다. 모든 미투를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만 따지면 안 된다"고 했다.

미투경남운동본부는 16일 오전 11시 창원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안희정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무죄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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