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 세입자·주인과 이중계약
건당 보증금 2000만~1억 가로채

창원의 한 공인중개사가 오피스텔 보증금 수십억 원을 가지고 잠적했다. 부동산 이중계약 중개사고는 끊이지 않지만 보상책은 허점이 많아 계약 당사자가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

성산구 상남동 450여 가구가 거주하는 한 오피스텔에서 공인중개사 ㄱ(56) 씨가 전·월세 보증금 수십억 원을 갖고 잠적해 창원중부경찰서가 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15일 낮 12시 현재 60여 명이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피해금액이 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ㄱ 씨는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에서 허위 문서로 계약을 조작해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ㄱ 씨는 집주인에게 월세계약을 맺었다거나 월세 금액을 부풀려 알리고, 실제로는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거나 낮은 월세로 계약했다.

해당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서 만난 한 세입자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계약했는데, 집주인은 70만 원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사무소 직원은 "소장이 연락이 안 된다. 20억 원은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피스텔이라는 특성상 피해자 대부분은 20대와 30대 등이다. 한 명당 적게는 2000만 원, 많게는 1억 원까지 피해를 당했다"며 "잠적한 ㄱ 씨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고소장 접수가 잇따르고 있고, 고소인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이중계약 중개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진주에서 세입자 15명의 보증금 4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40대 중개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이 중개업자는 세입자에게는 전세 보증금을 받고, 집주인에게는 월세 보증금과 월세를 지급하고 나머지를 가로챘다. 같은 해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도 부동산 중개 보조인이 이중 계약서를 작성해 세입자 16명, 집주인 12명을 속여 5억여 원을 가로채 구속됐다.

김종섭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장은 "전국적으로 이런 사고가 잦다"며 "세입자든 집주인이든 협회에 해당 공인중개사가 무자격자는 아닌지, 공제회에 가입되어 있는지, 사고 전력은 없는지 등 계약 전후로 빨리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문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055-295-1661)로 하면 된다.

중개사고에 대비해 계약자 간 직접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전세보증금, 월세 등은 반드시 주택 등기부등본에 나타나 있는 소유주 명의 통장으로 계좌이체를 해야 한다. 중개업자 또는 중개 보조인 계좌로 이체를 요구한다면 즉시 의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 전자계약 시스템' 이용도 한 방법이다. 지난해 8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한국감정원은 "전자계약 시스템을 이용하면 중개업자 이중계약 사기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개사고를 당했을 때 보상은 제도적으로 허점이 있다. 공인중개사가 가입하는 공제금액은 대부분 1억 원(최소)이지만, 공제약관상 피해액이나 피해자 수를 고려하지 않은 총액이어서 실질적 배상이 어렵다. 이와 관련해 2012년 2월 당시 국토해양부는 부동산 중개사고 배상 한도를 업소당 연간 1억 원에서 건당 1억 원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입법예고를 했으나 중개업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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