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 개선 프로젝트…"재료 키운 사람 만나는 뜻깊은 시간 가졌죠"

말린 토마토를 올린 마시멜로, 단호박 듬뿍 채운 타르트, 블루베리가 알알이 박힌 조각 케이크가 한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졌다. 곁들인 얼음 띄운 에이드는 단감·블루베리 식초를 써 오감을 자극했다. 시원하고 상큼한 토마토 젤라토로 입가심까지.

이들 디저트는 모두 창원 푸드사계 프로젝트 '한 여름밤의 디저트' 행사에서 만난 음식이다. 지난 12일 오후 7시 창원대 앞 카페 오색에서 창원컬처랩이 준비한 팝업식당이 열렸다.

이날 행사가 특별했던 까닭은 창원지역 농부가 기른 식재료를 창원지역 요리사가 다양한 형태로 가공한 디저트를 선보였다는 데 있다.

창원컬처랩은 지난 2월 첫 번째 팝업식당 '창원의 봄을 먹다'를 선보인 바 있다. 지역 식당·요리사와 지역 농부의 협업을 지향하는 행사로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행사는 주제를 달리해 '디저트'를 선보였다. 물론 지향점은 바뀌지 않았다.

지역 농부가 기른 식재료를 지역 요리사가 가공해 만든 디저트. /최환석 기자

창원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동읍 김성은 농부), 블루베리(북면 김영권 농부), 단호박(동읍 김순재 농부)이 재료였다. 토마토는 용호동 식당 니은을 통해 수제 마시멜로와 궁합을 맞췄고, 블루베리는 중앙동 카페 우나 돌체를 거쳐 케이크 재료로 쓰였다. 봉림동 카페 봉타르트는 단호박을 타르트 재료로 썼고, 거창 뿌에블로는 토마토를 이용한 젤라토로 식도락의 끝을 장식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는 재료를 기른 농부의 설명을 들으며 순서대로 디저트를 맛봤다. 가장 먼저 맛본 토마토 마시멜로는 시중의 마시멜로와는 아주 딴판이었다. 비교 자체가 실례였다.

말린 토마토가 가장 먼저 향으로 입안을 자극했다. 새콤하면서 달짝지근한 토마토 맛은 입맛을 돋우었다. 부드럽고 차진 마시멜로 식감은 토마토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단호박 타르트를 맛볼 차례. 부드러운 단호박 식감은 바삭한 타르트 겉면과 찰떡궁합이었다. 적절한 단맛과 풍부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엔 그만이었다. 타르트 또한 에이드와 좋은 궁합을 보였다.

행사 중간 지역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행복발굴단 음악이 곁들여져 눈과 입뿐만 아니라 귀까지 호강했다. 음악 덕에 입안 가득 퍼진 디저트 여운이 오래가는 듯했다.

가장 덩치가 큰 블루베리 케이크는 먼저 혀끝을 살짝 건드는 새콤한 블루베리 맛으로 자극했다. 촉촉한 생크림과 케이크 시트 식감은 블루베리 껍질의 아삭함과 어울렸다. 블루베리를 입에 물고 오래도록 씹었다. 상큼하면서 수분 가득한 블루베리 풍미가 일품이었다.

이날 블루베리를 기른 김영권 농부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지역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농부로서는 참 뿌듯하다"며 "내가 직접 기른 블루베리가 디저트로 만들어진 것을 보니 놀랍다"고 말했다.

행사 참가자 황연경(29) 씨는 "놀라운 기획"이라며 "디저트를 먹으면서 재료를 키운 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창원컬처랩 구성원 손고빈 씨는 "식탁을 구성하는 음식의 근원에 관심을 두면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를 통해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부와 소비자 사이가 가까워지길 바란다"며 "지역 농부는 적정 가격에 식재료를 제공하고, 지역 소비자는 이를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창원이 단순히 공업도시가 아니라 농경지가 있고, 농사짓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란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며 "국산 농산물에 관심이 많은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농산물이라는 인식이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컬처랩 세 번째 행사는 '쌀'을 주제로 가을에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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