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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동구밖 생태·역사교실] (3) 함안·창원

함안박물관 아라홍련 흐드러져, 700년 된 씨앗서 꽃대 올려 감탄
진전면 둔덕·골옥방마을서 체험, 작물 익히며 자연·농촌 가까워져
200살 고목 줄 선 진전천 거락숲…사철 매력 뽐내는 장소서 물장구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8년 08월 14일 화요일

◇역사탐방 = 두산중공업·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토요동구밖교실 7월 역사탐방은 21일 느티나무·어울림·창원행복한·팔용·꽃때말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7월의 함안은 역사탐방에 딱이다. 시원한 계곡이나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말이산고분군 옆에 있는 함안박물관에서 특별한 홍련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연꽃을 별로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라홍련은 다르다. 700년 된 씨앗에서 새로 싹이 트고 피니까. 짐작조차 힘들 만큼 긴 세월을 지나 꽃대를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아라홍련은 아이들 흥미를 끌고도 남는다. 박물관 마당을 들어서자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홍련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연꽃이었지만 듣고 나서는 아주 특별한 꽃이 되는 것이다. 역시 스토리텔링의 힘은 세다. 함주공원에 조성된 드넓은 연밭도 좋은 놀이터지만 폭염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시원한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미션지를 들고 구석구석 다니며 꼼꼼하게 답을 찾는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박물관을 재미없는 장소로 여기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른들 책임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한 엄마 두 분이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가족들과 함께 찾으면 어른은 공부를 시키고 싶고 아이들은 지루해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잘만 활용하면 여름철 박물관만큼 좋은 피서지가 없다.

아이들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미션 수행을 마치고는 시원한 함안박물관 바닥에 드러눕는 등 편하게 쉬고 있다.

가장 빛나는 장면은 자세히 그리기였다. 언제나 어디서나 욕심을 내면 실패하기 쉽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법이다. 유물과 사연이 태산처럼 쌓인 박물관에서 마음을 비우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자세히 그리기가 가장 좋다. 누구는 미늘쇠를 그리고 누구는 수레바퀴모양 술잔을 그렸고 누구는 불꽃무늬토기를 그렸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조선시대 함안 지역 역사·문화·지리를 기록한 책자 <함주지> 그림이었다. 가지런히 줄을 긋고 줄을 따라 글자를 빼곡하게 써넣었는데 그리는 동안 <함주지>에 빠져 있었을 아이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 왔다. 그런 순간이 좋고 그런 기억이 좋은 것이다. 함안박물관 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한 가지씩 발표하게 했더니 자세히 그려보았던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 정도면 박물관 탐방 대성공이다.

◇생태체험 = 7월 생태체험은 21일 자산·옹달샘·회원한솔·합성·동마산·꽃누리세상 지역아동센터와 함께했다. 주제는 시골 농촌 마을에서 자라는 곡물과 채소와 들풀과 나무 알아보기다. 5~6월에 모내기를 하고 나면 농촌에서는 다른 작물들도 곧바로 심는다. 이렇게 기른 작물들로 주전부리 거리도 삼고 반찬도 만든다. 아이들이 찾아간 곳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이었다. 합성·동마산·꽃누리세상은 둔덕마을을 찾았고 자산·옹달샘·회원한솔은 골옥방마을을 찾았다. 둘 다 여항산 골짜기에 있다. 경남에서 제일 큰 도시 창원에도 이런 시골이 있나 싶을 정도로 깊은 산 속이다. 둔덕에서는 벼·도라지·옥수수·망초·참깨·호박·칡·콩을, 골옥방에서는 배롱나무·무화과·들깨·참깨·옥수수·콩·호박·고추를 찾았다. 지난해는 열네 가지로 많았지만 올해는 대폭 줄였다. 더 더워지기 전에 곡물·채소 공부를 후딱 해치운 다음 일찍부터 물놀이를 하자는 심산이었다.

나이가 쉰이 넘은 어른들은 그런 것도 구분 못하랴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들은 당연히 구분을 잘 못한다. "이게 들깨 깻잎이란다" 일러주면 "이 깻잎이 그 깻잎이에요?" 묻는다. 삼겹살 싸먹은 그 깻잎이 이 깻잎인 줄 몰랐던 것이다. "이게 고구마란다" 일러주면 무어라 할까. "그런데 열매가 왜 없어요?" 이런다. 고구마가 땅 속 뿌리에 맺히지 않고 과일처럼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다고 여기는 것이다. 선생님들도 망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도 하고 들깨와 참깨를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지금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그만큼 자연과 농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겠지.

진전천 거락숲 물놀이장에서 서로 물을 끼얹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둘러보았더니 아이들도 제법 눈이 트였다. 이를테면 참깨와 들깨를 구분할 줄 안다. 들깨는 잎이 넓적하지만 참깨는 좁다랗다. 참깨는 하얀 꽃이 일찍 크게, 들깨는 하얀 꽃이 늦게 작게 핀다. 들깨 씨앗으로는 들기름을 짜고 참깨 씨앗으로는 참기름을 짠다. 콩잎과 호박잎이 어떻게 다른지도 이제 안다. 그만큼 자연과 농촌이랑 가까워졌다. 앞으로 고기를 깻잎에 싸먹을 때는 '아~ 이 깻잎이 그 깻잎이지' 그럴 것이다. 더불어 무화과나무는 잎사귀가 사람 손바닥처럼 갈라져 있고 배롱나무는 더운 여름날 붉은 꽃이 석 달 열흘 피어 있어서 백일홍이라고도 한다는 것까지 알았다.

◇물놀이 = 점심을 먹고 나서는 생태체험도 역사탐방도 모두 물놀이를 했다. 진전면 금암마을 일대 진전천 거락숲이다. 진전천은 여항산에서 물줄기가 시작되었다. 함안과 창원을 가르는 여항산은 한 눈에 딱 봐도 골짜기가 깊다. 진전천에 언제나 물이 풍성한 이유다. 그 물이 골짜기를 지나고 들판을 만나면서 마을숲을 품었다. 옛날 사람들이 여름철 홍수를 막으려고 제방에 심은 나무들이다. 200살 넘은 서어나무·팽나무·왕버들이 2㎞ 남짓 줄지어 있다. 물이 풍성하고 바닥이 고른 데다 넉넉한 그늘과 시원한 바람까지 머금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안성맞춤 물놀이장이 없다.

이만큼 근사한 마을숲은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해마다 찾는 이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이제는 유명장소가 되었다. 거락숲은 여름철 아니라도 사철 멋지다. 봄이면 봄,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 제각각 품고 있는 매력이 있다. 마을숲도 잘 가꾸면 문화재가 된다는 이야기는 물에 들어가 놀 생각으로 들뜬 아이들 귀에 제대로 들어갈 리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즐겁고 신나면 그것으로 되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 어느 한나절을 그렇게 보람 있고 신나게 보냈다.

밭에서 콩, 들깨, 고추를 살펴보는 아이들과 선생님.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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