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재앙 수준의 기후변화
생존 위해서라도 사는 방식 바꿔야

끝은 언제일까. 괴롭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111년 역사 이래 최고기온 41도를 찍은 곳도 있다.

올해 폭염은 한반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일본서도 무더위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유럽도 불덩이다. 프랑스는 냉각수 상승 때문에 핵발전소를 멈추기도 했다.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산불도 났다. 재난 상황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폭염이 태풍이나 벼락 떨어지듯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일까. 재난이라면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지구가 끓어 넘치는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다.

몇 년 전 우리는 유독 추운 겨울을 보냈었다. 2016년 1월 한반도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에 한파가 몰아쳤다. 반대로 남반구는 쩔쩔 끓었다. 이상기후는 잦아지고 지속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탓이다. 한반도는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보고서는 섬뜩하다. 1970년부터 2015년까지 농림어업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불과 40여 년 만에 주산지 지도가 달라졌다. 경북 사과는 강원도로, 청도 복숭아는 충북과 강원, 김해·창원 단감은 경북이 주산지로 바뀌었다. 갈수록 재배 한계선은 북상하고 있다. 한라봉이 창원에서 나는 것도 신기한데 곧 동해안에서도 귤 재배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 10월 인천에서 열릴 기후변화 국제기구 IPCC 총회에서 각국 정부는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묶는 방안을 논의한다. 온실가스를 지금과 같이 계속 배출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10년에 0.2도씩 오른다. 1880년부터 2012년까지 0.85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3배나 빠른 속도다. 뜨거워진 지구 해수면 높이는 1993년보다 70밀리 높아져 최고를 기록했다.

내 삶과 무슨 관계인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재앙을 만든 원인 제공자, 인간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미세먼지를 걱정하고,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으면서도, 폭염과 혹한을 불평하면서도 마음대로 소비해왔다.

최근에 다큐 <내일>을 봤다. 지난 2012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과학자 21명은 기후변화, 자원고갈, 환경오염 탓에 '2100년에 인류 종말이 올 수 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배우와 시민단체 운영자는 이 글에 충격을 받고 영화를 기획했다. 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 다니며 농업·에너지·경제·민주주의·교육 분야 대안을 영화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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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만든 배우 멜라니 로랑은 이렇게 말한다. "내 아들이 자랄 세상에 물, 식량, 석유 부족이 생기고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 세기말에 인류 일부가 사라질 거라고 했다.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뭔가 해야 했다."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인류는 종말한다. 선택만 남았다. 이건 가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행동이 필요한 중대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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