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무더위에 두 사람이 겨우 설 수 있는 산동네 좁은 골목길을 큰 무거운 택배 상자를 껴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오르는 집배원에게 어느 취재기자가 묻습니다. "40도 넘기기 기록까지 나온 요즘의 찜통 더위를 이기는 무슨 비법 같은 건 없습니까?" "없다"는 단답에 이런 말이 덧붙었습니다. "덥다고 생각하지 않고 '평소대로 주어진 일을 하자' 하는 마음 가짐 그것이 비법이죠 뭐. 더러 고마운 물 한 잔 그 인정이 얹히면 그래도 살 맛 나죠."

그 '고마운 물'이 생각나게 해준 옛 일화. 왕건(王建)이 나주(羅州) 어느 곳 우물가에 이르러 물 긷는 처녀에게 물을 청하자 그 처녀는 바가지 물에다 버들잎을 띄워 건네주었습니다. 갈증에 숨이 차서 헐떡이고 서두르는 왕건이 혹 물에 체할까 봐 버들잎을 동동 띄워준 그 정성의 물! 기막히게 맛있었을 그 물맛이 역사 속에 시원히 살아 있습니다.

목 말랐을 때 들이켜는

시원한 물 한 그릇에서도

보시(布施)의 인지상정이

전의홍.jpg
샘물처럼 솟던 이 나라에

폭염이

맹위라한들 대수랴

물 인정이 퐁퐁 살았거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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