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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교육정책·최저임금 등 논란 지켜보며
하고 싶은 말 참기 어려운 정치 못마땅

이순수 작가·객원논설위원 webmaster@idomin.com 2018년 08월 14일 화요일

삼국유사에는 신라 경문왕과 관련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신화가 등장한다. 왕이 된 이후 이상하게 귀가 커진 왕이 감추고 있었던 비밀을 알게 된 신하가 그 사실을 발설하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하고 도림사 대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쳤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대 숲에서 그 소리가 울려 퍼져서 모든 백성이 알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골자의 신화는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해서 유명한 그리스 미다스 왕의 신화가 처음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 세계에 이와 유사한 신화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미다스 왕은 아폴론의 팬파이프 연주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당나귀 귀로 바뀌는데 이후 이를 숨기려고 장발족이 되지만 이발사에 의해 모든 사람이 알게 된다. 고고학적 발굴로 실존 인물로 밝혀지고 있는 미다스 왕의 신화에 대해 후세의 평자들은 세상 모두가 아는 당나귀 귀에 대한 비밀이 지켜지고 있으리라 믿는 고집불통 미다스 왕 신화는 소통단절까지 부른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라고 말한다. 미다스 신화가 좀 더 복잡하고 인간의 원초적 황금 욕구까지 드러내 주기 때문에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경문왕 설화와 기본적으로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비밀이 새는 원리는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묻어 두려는 의지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은 마을과 동떨어진 산 속이다. 사람들은 이런 삶을 두고 세상 귀찮은 일 안 보고 안 들으니 속이 편하겠다고들 한다. 자고 나면 일투성이고 힘들여 해봐야 손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익히 아는 터라 폭염을 핑계 삼아 게으름 피우는 현실과도 맞는 듯하여 그런 듯이 여겼지만 그것도 한 몇 년 해서 그런가 이런저런 세상의 이야기들이 최근에는 유독 나에게만 크게 들리는 듯하다. 등지고 사는 것만으로는 경문왕의 신하, 미다스 왕의 이발사처럼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아! 내가 사는 골짜기는 세상 소리를 크게 나게 하는 울림통인 줄 이제야 안다. 그들은 비밀을 말하고 싶었고 그렇게 했지만 나는 이 나라 정치가, 그렇게 해서 굴러가는 세상이 못마땅하고 그것을 참을 수가 없다.

공부에 치여 살이 쭉 빠진 자식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끝내 못한 화는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나라 교육정책에 호통치게 한다. 공론화시민위원회를 꾸린 시도는 좋았다는데 대입에 시들어가는 아이들을 건져 내기는커녕 머리만 아프게 하니 도무지 참기 어렵다. 그뿐인가. 주52시간제와 일자리 창출은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인력이 모자라는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가고 싶어 하지 않는 현실을 모르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보기 좋은 떡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카드 수수료 인하 정도로 감당될 수준이 아니다. 정치는 더욱 가관이다.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망가져 버렸다. 정치는 사람이 근본인데 한물간 인물이 판치고 어중이떠중이 정치배들이 떡고물 앞에 진치기는 뒤엎어지기 전의 집권세력과 무엇이 다른가. 적폐청산을 부르짖으며 스스로 적폐가 되면 김정은을 열 번 만나도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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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못해서 얻은 이익은 오래갈 수 없다. 미다스의 황금 손처럼 지방선거를 휩쓴 것은 딱 거기까지이다. 철저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국가 백년지계의 큰 틀을 내놓지 않으면 먹기 좋은 곶감도 외면받는다. 경문왕의 신하, 미다스의 이발사, 그대들은 속이 후련했는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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