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경제 전문가가 본 소득주도성장과 경남 경제
조유섭 경남TP 정책기획단장 / 중소기업 중심 혁신성장 중요 / 기술 공개 등 대기업 지원 필수
서익진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전체 임금 인상 필요성 공감 / 공공서비스 확대로 활로 모색을
심상완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 / 혁신성장-정부 정책 결합 미흡 / 주체·메커니즘 설정 잘 해야
윤종수 창원상의 회원지원본부장 / 최저임금 인상 정부 대응 아쉬움 / 업종·지역별 차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경남도민일보>는 도내 경제 분야 전문가들에게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경남경제 성장 방향에도 유효할지를 물어봤다.

◇조유섭 경남TP 정책기획단장(원장 직무대리) = 소득주도성장은 내수 침체 상황에서 앞으로 가야 할 정책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용과 성장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중심 혁신성장도 중요하다. 단순 임가공 주문 제작 방식으로는 중소기업 생존이 더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중소기업이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혁신을 돕고 지원할 부분이 많다. 혁신성장에서 대기업 역할이 제법 필요하다. 독일처럼 대기업이 일정 기간이 지난 특허기술을 중소기업(협력사)에 공개해 중소기업 기술 역량을 높이는 상생 발전이 필요하다. 이런 게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이 재료연구소·한국전기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기술을 이전받는 데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기술 이전을 받아 사업화함으로써 부족한 연구개발 역량을 메울 수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그간 중소기업이 이렇게 기술 이전을 시도할 때 기술이전비만 지원해줬다. 이제는 거기에 그치지 말고 상용화까지 지원하는 전 주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기술 이전 뒤에는 시제품 생산, 판로 개척과 설비 투자 등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 이런 단계별 맞춤식 지원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또, 우리지역 기업체는 제작 역량이 뛰어나지만 창업기업과 연계가 전혀 안 됐다. 제조업 창업기업을 키워 이들 기업을 기존 제작 기술이 뛰어난 기업과 연계할 필요도 있다. 도내 대학 연구역량 강화도 절실하다. 기존 산업에서 퇴직한 고급 인력과 청년 창업가가 공동 창업하는 것을 장려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서익진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내수 침체인 한국경제로서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전체 소득을 올려 소비를 북돋우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시도해볼 만하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인상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소득이 올라가면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이를 소비자가 감당하면 된다. 그런데 자영업자가 영위하는 시장은 완전경쟁체제인데 피고용자 임금을 올렸다고 해서 가격에 바로 올리기 어렵다. 중소기업도 대기업과의 역관계, 수출 단가 등으로 반영하기 쉽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소비자 가격, 납품 단가로 이전해 전 국민이 함께 부담하면 문제가 없는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고용주에게 바로 전가되니 문제가 된다. 보완책 병행이 필요하고, 당장 효과적인 보완책 마련을 못하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로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노동소득분배율이 1997년 이후 줄곧 악화해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전체 임금 상승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수가 돌아간다. 고용 문제는 사실 약 10년 뒤면 연금수령 세대가 늘어 실버 시장이 확대되고, 청년층 인구 급감으로 청년실업 상황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당장이 문제다. 고학력 노년층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고, 제조업 이외 서비스산업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 서비스산업도 기업·개인·공공 서비스 분야로 나뉜다. 다른 분야는 어느 정도 확대됐다. 반면 공공서비스는 OECD 주요국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생활 SOC 등 공공서비스 확대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기업 소득을 중심으로 한 전면적인 증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산 쓸 곳은 많은데 증세 없이 어디에서 나온단 말인가? 남북 관계를 잘 관리해서 남북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한국으로서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심상완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 =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서 이전 정부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름을 해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 정책은 성장 순환이 이어질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언제까지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지원해줄 것이냐? 이런 의문이 남는다. 정부 재정 지원을 마중물로 삼고 몇 년 뒤에는 자체적으로 순환할 경제 체력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또,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니 혁신성장을 내세운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서 이게 잘 안 보인다. 혁신 내용을 채울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천재가 과거와 단절하고 혁명적인 수준의 혁신을 이뤄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이게 시장에서 잘 팔려 경제를 살리는 예는 사실 매우 적다. 독일과 같이 꾸준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이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혁신 주체와 메커니즘 설정을 잘해야 한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지금껏 국내 산업현장에서 부호화한 지식은 자동화, 로봇화, 이론화로 옮겨져 잘 사용됐다. 그런데 부호화되지 않은 지식, 현장 노동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지식과 같은 암묵적 지식은 거의 버려졌다. 국내 제조업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한 것은 이 암묵적 지식이 한몫했다. 이 버려지는 암묵적 지식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소득주도 성장에서 홍장표 교수는 생산성 향상에 맞춰 임금 인상을 하는 노사 혹은 노사정 협약 체결을 강조했다. 중요한 정책 요소인데 정부와 노사는 이걸 놓치고 있다. 그런데 노사 간, 노정 간 워낙 신뢰가 낮아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

◇윤종수 창원상공회의소 회원지원본부장 =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론이야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게 정책으로 집행되면 늘 역기능이 동반된다. 올해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도 그런 아쉬움이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 편의점 주에서 이슈화하고 반발이 더 큰데 그들 처지에서는 충분히 이해된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도 마찬가지다. 역기능에 대한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는가 하고 되돌아본다. 구체적으로는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외국에서도 도입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 어떡하나? 정책 사각지대가 있는데 밀어붙이면 사회적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뒤따른다. 또,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기업 규제완화나 개혁을 많이 얘기한다. 그런데 규제완화나 개혁은 기업으로서는 적기가 중요하다. 기업 투자는 적기가 생명인데, 그 시기를 놓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도 규제완화 얘기만 무성했지 실제 약했다.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창원일반산단(대산면)에 수용성 절삭유 이중 규제 완화를 건의한 지 5년이 지났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검토 중'이다. 되든 안 되든 빨리 정리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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