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주 만나보니
리콜 대상 520d 차량 소유주
서비스센터 점검 믿음 안 가
속도제한 증상 아찔한 경험도
"시외 운행 무서워 엄두 못내"

"시외로 갈 땐 차를 못 타겠어요. 불이 날까 봐 무서워서요."

최근 잇따른 화재사고에 BMW 차주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열흘 사이에만 차량 운행 중 갑자기 3차례 '속도 제한'에 걸려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ㄱ(41·창원시)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47분께 출근길에 BMW 520d(2015년 11월식)를 몰고 가던 중 갑자기 시속 30㎞ 속도제한에 걸려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는 일을 겪었다.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켰지만 2분 뒤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앞서 지난 7월 29일에도 1차례 속도제한 증상을 겪었다.

ㄱ 씨는 지난 6월 중순께 서울로 가던 고속도로에서 한 차량에 불이 난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ㄱ 씨의 BMW 차량은 최근 문제가 된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교체 대상이다. 그는 지난 10일 리콜 대상으로 차량을 맡겼는데 수리내용에는 'EGR 밸브 안전점검'만 표시돼 있었다고 했다.

BMW 520d 차량을 소유한 한 운전자가 리콜과 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ㄱ 씨는 "독일차를 타는 이유가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다는 것인데, 요즘은 너무 불안하다. 가까운 부산만 가려 해도 겁이 날 정도라 시외 운행은 엄두를 못 낸다"며 "EGR밸브는 지난 5월 정기점검 때 교체한 줄 알았는데 지난 10일 다시 확인해보니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만 했던 상태였고, 뒤늦게 점검을 맡겼지만 여전히 교체가 됐는지 확인은 명확하지 않으니 서비스센터에 대한 믿음이 안 간다. 이렇게 이슈가 되지 않았으면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진주에 사는 ㄴ(47) 씨도 불안한 마음에 장거리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2011년 3월식 520d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520d 리콜 대상은 2011년 8월식부터다.

ㄴ 씨는 "리콜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안전진단을 해볼 계획"이라며 "3년 전 연료 분사 문제로 화재가 잇따랐을 때 리콜을 한 적이 있다. 최근 화재 사태까지 더해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 멀리 운전할 일이 있으면 아내의 차량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등록된 BMW차량은 지난 8일 기준 2만 4487대다. BMW서비스센터는 창원, 김해, 진주 등 3곳에 있다. BMW코리아는 전국 61곳 서비스센터에서 24시간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민경욱(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6월에 BMW 차량 화재가 58건 발생했다. 2016년 65건, 2017년에 94건이었다.

전체 국산·수입차 화재 건수를 보면 2016년 5009건, 2017년 4971건, 올해 1~6월에만 2502건이 발생했다. 이 수치는 차량 결함, 실화, 방화, 사고에 따른 화재, 노후·관리 미비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말 제작결함이 발견된 520d 등 BMW 42개 차종 10만 6317대에 대해 리콜을 한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해 올해 안으로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또 늑장 리콜 또는 고의로 결함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제작사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BMW 차주는 긴급안전진단을 받고, 진단 전에는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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