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연석회의 부활·정례화
막말·색깔론 거리두기 행보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전임 홍준표(전 경남도지사) 대표의 흔적이나 잔재가 상당 부분 지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김병준 위원장의 어법이나 현안 대응 기조, 당내 의원들과 관계 설정 등을 보면 '홍준표 따라하지 않기', '홍준표 지우기'가 핵심 목표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김 위원장 본인 말부터가 그렇다. 그는 지난 7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가 빠졌다고 해서 바로 당 이미지가 변하고 바로 (지지율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그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액면상으로는 당 지지율과 홍 전 대표 유무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선 홍 전 대표와 차별화를 의식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충분했다.

홍 전 대표 시절 중단됐던 당 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도 부활, 정례화한 김 위원장이다. 그는 8일 연석회의에서 "오늘 제가 모신 자리이니까 지혜로운 말씀, 따가운 말씀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자신을 한껏 낮춰 눈길을 끌었다. 이에 연석회의 개최 등을 놓고 홍 전 대표와 대립하기도 했던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국회부의장은 "아주 반가운 조치로 받아들였다.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홍 전 대표 트레이드마크인 '막말', '독설', '색깔론' 등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다. 단적으로 최근 북한산 석탄 반입 논란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북한과 거래 등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었다.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국가가 없고, 국가가 없어도 되는 곳에 국가가 있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선임 후 집중 부각하고 있는 '국가주의 프레임'의 연장이었는데 예전 홍 전 대표라면 당장 '친북·좌파', '주사파', '위장평화쇼' 같은 공세가 쏟아질 게 분명했다. 예의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 정치를 끊겠다"는 바로 얼마 전 공언도 어긴 채 요즘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괴벨스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한 데 이어 13일에도 "저들은 정치를 퍼포먼스로 하는데 우리는 리얼리티로 정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계 복귀 의사가 강력한 홍 전 대표가 자신의 존재감 약화에 따른 불안감 또는 조급증을 페이스북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놓고 한 차례 정면충돌하기도 했던 김 위원장과 홍 전 대표다. 홍 전 대표가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고 일갈해 논란이 되자 김 위원장이 "보수든 진보든 정치인은 말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고 받아친 것이다.

김병준 위원장의 고민은 여전히 바닥인 당 지지율이다.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기준으로, 김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지난 7월 중순 이후 한국당 지지율은 10%(7월 셋째)→11%(7월 넷째)→11%(8월 첫째)→11%(8월 둘째)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이 기간 10%→11%→15%→16%로 도약한 정의당보다도 낮은 수치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경남·부산·울산 역시 마찬가지여서 12%→13%→18%→14%로 정체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직도 국민 시선이 차갑다.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또한 "조작된 여론조사" 운운하던 홍 전 대표와 대비되는 태도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당은 합리주의와 자율주의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중영합주의에 대해 정책적으로 따질 것은 따지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겠다"며 "올 12월은 넘어가야 한국당에 대한 평가가 좋아질 거다. 그래서 애초 비대위 활동을 6~7개월은 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