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후]8회 경남연극인대회 포럼
연극관 설립·소극장 활성화 논의…"구체화 고민하자"

지역 연극인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엄중하고 심각한 현실이다. 딴 거 하면 되지 않느냐고? 이 말은 화가에게 그림을, 가수에게 노래를 그만 하라는 말처럼, 순수예술 자체에 대한 모욕이고 몰이해다. 그렇다고 연극만으로 밥벌이가 힘든 상황에서 그저 버티기만 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살아남도록 발버둥을 쳐야 한다.

11일 오후 3시부터 김해시 진영읍 더봉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8회 경남연극인대회 포럼은 이런 발버둥을 공유하고 더욱 발전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원래는 지역 연극인들의 친목을 다지려고 매년 여는 행사였다. 그러다 이왕 하는 거 '공부도 하자'고 생각해서 지난해부터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11명이 두 시간 반 동안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주요 주제를 요약하면 다음 두 가지다. 경남 연극 발전을 위해 경남연극관을 설립해야 한다. 예술 연극의 기반이 되는 지역 소극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11일 오후 김해시 진영읍 더봉하센터에서 열린 경남연극인대회 포럼. /이서후 기자

모두 예술연극이 지역문화에 끼치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런 주제는 사실 오래전부터 이야기되던 것이다. 문제의식은 확실하고 방향도 어느 정도 잡혀 있다. 저 멀리 목적지가 아득하게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발 앞에 놓인 현실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고 힘들어 끝까지 완주할지도 자신할 수 없다. 그래서 토론자들의 이야기에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다 맞는 말들이다. 하지만, 어떻게 구체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말로 한 발이라도 더 나갈 수 있도록 이제는 실천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날 발표된 대구 대명공연문화거리 이야기는 지역 연극인들에게는 솔깃한 것이었다. 대구 연극인들이 진행한 소극장 운동으로 일궈낸 도시 재생 성공 사례다.

하지만, 정부나 기관 지원을 절대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현재 대부분 극단이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예술단체 보조금으로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명공연문화거리처럼 소극장 집적화를 이루기엔 극단들이 시군단위로 흩어져 있어 난감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자생적으로 이룩한 성공이기에 적극적으로 보고 배울 것은 있을 터였다.

어차피 명확한 답을 찾자고 만든 자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기본은 연극인들의 친목 다짐이었기에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순간순간 얼핏 드러나는 심각한 얼굴들에서 만만치 않은 고민의 깊이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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