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포수난 속 6월부터 기회, 수비이닝 팀내 3위 지분 늘려
"수비 우선·타격은 차차 적응, 내년 개막전 선발 출장 목표"

무주공산이 된 NC 안방, 누가 안을까. 올 시즌 NC를 내내 따라다닌 물음에 해답을 제시한 선수가 있다. '아기공룡'을 넘어 팀 리빌딩 중심으로 떠오른 NC 포수 김형준이다.

시즌 초부터 NC에는 지난 5년간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김태군이 경찰청에 입대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누가 꿰찰지 궁금해하는 시선이 쏠렸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를 기준으로 일단 후보는 5명으로 압축됐다. 당시 NC가 발표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포수는 박광열, 신진호, 김종민, 김형준, 윤수강이 포함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형준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만수포수상 초대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안고 NC에 입단했지만 1군 무대에 서려면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김형준을 따라다녔다.

'아직 부족하나 조금씩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NC 신인 포수 김형준. /이창언 기자

시즌이 시작되고 정범모·박광열·신진호가 앞서가던 주전 포수 자리에 지각변동이 생긴 건 5월 즈음이다. 신진호가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고 6월 김경문 전 감독이 물러난 게 발단이다.

이 시기 김형준도 팬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김형준은 6월 28일 마산 두산전에서 0-9로 끌려가던 3회 수비에서 교체 출전, 이형범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1군 무대 첫 안타까지 쳤다. 그다음 경기에서도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형준은 7월 7일 넥센전에서는 선발 등판했다. 이 경기에서 김형준은 입단 동기 투수 김재균과 배터리를 이루며 NC 안방마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뽐냈다.

이후 김형준은 야구·NC 팬에게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선발·등판 기회를 늘리며 얼굴을 알렸고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꼴찌 탈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달 11일 기준 김형준은 31경기(17선발) 161⅔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김형준의 선발 등판 횟수, 수비 이닝은 정범모·윤수강에 이은 팀 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타격 면에서는 56타수 8안타 2득점 타율 0.143으로 아쉬움이 있으나 김형준은 결코 욕심을 내지 않는다.

김형준은 "포수로서 가장 중요한 건 수비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타율 걱정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치러나가겠다. 그러면서 타격 경험을 쌓겠다"고 말했다. 김형준은 이어 "수비를 할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우선 안정감이 있고 수비 잘하는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타석에 들어설 때의 마음가짐이 느슨하진 않다. 김형준은 "못 치더라도 자신 있게 스윙하자는 다짐을 늘 한다"며 "심적으로 주눅이 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 때 타격감은 괜찮다. 프로 무대 볼을 눈에 익혀가며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준은 이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감독·코치·선배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배터리 호흡을 맞춰 본 이재학도 그중 한 명. 김형준은 "이재학 선수와 호흡을 맞출 때 가장 편안하다. 컨트롤도 좋고 포수가 리드를 하지 않더라도 상황에 맞춰 잘 대처해준다"며 "끊임없이 공부하는 모습 등도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10개 구단 신인 포수 중 1군 데뷔전을 치른 유일한 선수'라는 부담감이 따라다닐 만도 하건만 김형준은 이를 자신감으로 바꿨다. 김형준은 "사실 올해 1군 무대에 데뷔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적어도 내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그래도 늘 준비는 하고 있었다. 1군에 와서 보니 '1군이 참 좋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무쪼록 다치지 않고 시즌 끝까지 완주하며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김형준. 그 사이 김형준은 '내년 개막전 선발 엔트리 포함'이라는 새 목표도 품었다. 신인다운 패기에 베테랑의 침착함·차분함을 더한 김형준의 항해를 계속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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