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비서실장 공무원 발탁 '시대 흐름'
변화 당위성 지닌 민선 7기 신뢰 쌓는 길

지난 7일 한정우 창녕군수와 군청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의 일이다. 3선 전임 김충식 군수가 명예퇴임하고 새롭게 선출된 민선 7기 한정우 군수 옆을 보좌하는 새로운 인물이 눈에 띄었다. 기자들마다 그가 누군지, 어디서 데려왔는지 공보실 직원들에게 물으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행정과장이 한 군수 옆을 따라다니며 물 샐 틈 없이 수행하는 새 인물을 소개했다. 그는 창녕군 대지면에서 근무하다가 이번 인사에서 정무직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행정 6급 공무원 하용훈 계장이다.

곧바로 한 군수가 작심한 듯 말을 이었다. "이번에 비서실장을 아주 일을 잘하는 공무원으로 임용했습니다. 대부분 단체장들이 선거 때 도왔던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데려올 사람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군수가 잇달아 얘기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저는 측근 정치를 절대 안 할 겁니다. 공무원이나 지인들 청탁도 받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비서실장도 기존 공무원을 발탁했습니다." 자기 사람을 들여놓으면 그 인물이 군수를 빙자해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서 군정이 삐걱대고 군민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음을 미리 짐작한 조치다.

한 군수의 선택은 꽤 바람직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6·13 지방선거 기간에 한 군수 선거 캠프에 포진한 인물 면면을 보고 군민들 사이에서 '한 군수가 당선하면 군수가 다섯 명도 더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군정이 산으로 갈까봐 노심초사하던 군민 걱정을, 한 군수가 비서실장 인사를 통해 불식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민선 7기 경남 기초단체장들의 비서실장 인사를 살펴보면 한 군수의 공무원 비서실장 발탁이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다. 김해·진주·사천·거제·양산시와 하동·거창·합천·함양군도 모두 비서실장을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다만 조규일 진주시장은 비서실장을 공무원으로 발탁했으나 수행비서와 열린시장실 실장은 자기 사람을 데리고 왔다. 장충남 남해군수는 공무원이 아닌 자기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일반적으로 6급 정무직 공무원 1명을 채용하면 연 4000만 원 이상 급여가 발생한다. 4년 근무하면 1억 6000만 원 세금이 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기초단체장이 기존 공무원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하는 흐름이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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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거제시장 비서실 사건은 이런 흐름이 권장돼야 함을 직시하게 해주는 반면교사 사례다. 거제시장 관용차를 운전하는 비서가 시민 2명을 무차별 폭행해 변광용 거제시장이 직접 사과하고 운전 비서는 결국 사직 처리됐다. 변 시장은 "이번 사건 이후 공무원 품위 이탈 부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겠다"고 밝혔다.

민선 7기는 변화의 당위성을 갖고 출범했다. 시대 흐름을 잘 간파하는 지방자치만이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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