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진술 번복으로 신빙성 상실
특검이 필요한 건 '양승태 사법농단'

특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두 번째로 불러 마침내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대질 신문을 벌였다. 사실상 김 지사 구속영장 신청을 위한 선제조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드루킹의 주장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황한 것은 특검과 드루킹 측이었다.

보도에 의하면,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청탁을 어떤 식으로 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김 지사가 아닌 그의 보좌관 한모 씨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청탁 시점도 기존에 알려진 2017년 6월 7일보다 늦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특검은 드루킹이 그해 12월 14일 작성한 문건을 제시하며 설명을 요구했다. 문건에는 "6월 7일 의원회관에서 '바둑이'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칭하는 은어다.

드루킹 자신이 직접 작성한 문건과 진술이 서로 달라 내용의 신빙성에 의문이 커졌다. 인사청탁 문건에는 김 지사를 직접 만나 청탁했다고 했는데, 진술에서는 보좌관에게 전달했다는 식으로 말이 달라졌다. 더구나 청탁 시점도 "작년 6월 7일보다 늦다"고 했다가 "6월 7일 의원회관에서 했다"는 식으로 스스로 말을 바꿨다. 물론 기억의 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인사청탁의 핵심내용이 이렇게 흔들리면 신뢰하기 어렵다.

또 하나. 드루킹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한 뒤 김 지사로부터 회식비 100만 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 역시 답변을 거부하는 식으로 사실상 번복한 것으로 보도됐다.

특검 측은 "김 지사에게 1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거듭 캐물었지만 드루킹은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특검은 그간 이 돈을 김 지사의 격려금이자 댓글조작 '공모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는 핵심 단서로 여겼다. 김 지사는 "100만 원을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먼저 수사를 요청했고 끝까지 특검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누차 밝혔다.

대질 신문까지 하며 구속 및 사법처리 목표를 향해 달리던 특검은 항로변경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애초부터 자유한국당에서 무리한 특검 요구를 한 결과가 국력 낭비로 나타나고 있다. 정작 특검이 필요한 쪽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다.

사법농단 사태의 주역들이 법원의 고위직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어 법원 압수수색 영장은 대부분 기각되는 식으로 수사가 되지 않고 있다. 신임 대법원장조차 사법개혁 의지는 간곳없고 어정쩡한 자세로 양쪽 눈치나 보고 있다. 국민은 바로 이런 곳에 특검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 문건을 읽은 드루킹은 자신의 직전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 나오자 한동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보는 문건"이라며 잡아떼기도 했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제가 문건에 잘못 기재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사실상 진술과 문건 모두 흔든 것이다. 제목이 없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경과가 담겼다. 일본이 2018년 침몰하기 때문에 오사카 총영사를 통해 재일교포와 일본 기업을 북한 개성공단으로 이주시키자는 계획 등도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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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특검은 드루킹의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간 확보한 물증으로도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검은 대질 조사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조만간 김 지사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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