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4명 중 1명꼴 자영업자…일본 2배·미국 4배
정부 실업보험·재교육 확대 임금노동자 비중 늘려야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강조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안착하려면 고용·일자리 문제 개선은 필수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소득 재분배를 통해 노동자 등 저소득층 임금을 올려 소비가 늘도록 이끌고, 경제 총수요가 높아지도록 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경제 구조는 비교적 돈을 많이 벌어 전부 소비하지 않는 사람(기업)과 소득이 낮아 충분한 소비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직접 고용 관계로 얽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김공회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 전체 노동력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일자리를 잃은 40~50대가 편의점 등 자영업자로 내몰리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정리해고, 권고사직 된 노동자가 대거 자영업으로 흘러가면서 늘어났다.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은 결국 기업의 책임성이 약하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실업보험·재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책임지지 못하면 영세 자영업자는 다시 성행하게 된다. 정부는 일자리를 잃은 40~50대가 재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 실업급여 등 복지를 위한 지출도 경제 총수요를 구성하는 일부라고 여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편의점주 등 영세 자영업자는 자기가 투자한 사업임에도 대기업 리스크까지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 수수료와 건물주의 임대료 갑질 등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수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경남지회장도 최근 '2019년도 최저임금 확정에 따른 긴급 좌담회'에서 유통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편의점 매출을 월 45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상품대금이 3300만 원(74%), 영업이익이 1170만 원(26%) 수준이라고 했다. 영업이익에서 본사 수수료 310만 원, 임대료 210만 원을 떼고 나서 인건비 380만 원으로 점주 몫과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나눠야 하는 구조를 설명했었다.

이 같은 구조에서 편의점·치킨집 등 영세 자영업자가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 '덜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한 사람'에게 소득을 분배하는 꼴이다. 통계를 보면 2018년 6월 기준 전국 취업자는 2712만 명인데 임금 노동자(상용·임시·일용)는 2024만 명이다. 자영업자 570만 명은 전체 취업자의 21%를 차지한다.

경남은 전체 취업자 178만 명, 임금 노동자 119만 명, 자영업자 47만 명(26.4%)으로 전국 평균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과포화 상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잘 드러난다.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25.4%)은 일본(10.4%)·독일(10.3%)·미국(6.3%) 보다 훨씬 높다.

소비가 늘려면 전체 국민소득 중 '노동자 소득(임금)'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소득계층별 소비성향 분석>을 보면 한계소비성향(추가소득 중 소비되는 금액 비중)은 저소득층(58.4%)이 중산층(35.8%)과 고소득층(26.2%)보다 높다. 이는 "소득증가가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정책이 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노동계는 자영업자가 줄고 임금 노동자가 늘려면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일자리가 없으니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자리가 늘려면 소비가 늘어나 내수 경제가 활력을 찾고, 그래야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래가 불안하니 주머니를 열 수가 없다. 정부가 노동계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소득주도성장은 안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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