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문화재단 첫 미술레지던시
이성륙·김민정·윤현미 세 작가
규모 크고 실험적인 작업 한창

너른 전시장(504㎡·약 152평)이 레지던시 공간이다. 이는 시각예술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꽤 매력적이다.

창원문화재단이 미술 분야 상주작가 지원사업 '자작(自作)'을 시작하고 작가들의 작업실로 바뀐 진해야외공연장 본관 1층 전시실을 개방했다. 재단은 지난 6월 자작 관련 공고를 내고 창원지역에 거주하는 만 45세 이하 젊은 작가를 모집했다.

이성륙·김민정·윤현미 작가가 재단 상주작가로 선발돼 지난달부터 진해에서 창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

8일 오후 3시, 전시실이 고요하다.

이성륙 작가가 태블릿 PC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 칸막이로 나뉜 다른 곳에서는 김민정 작가가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또 다른 칸막이가 쳐진 곳은 윤현미 작가의 이름이 적힌 나무 틀과 옷감이 널려 있다.

이들은 오는 12월 초까지 한 달에 보름 정도 전시실에 상주하며 작업을 한다. 이달에는 매주 수요일 오픈 스튜디오를 열고 관람객을 맞고 있다.

"진해 제황산과 천자봉에 얽힌 이야기처럼 전설과 자연 풍경이 큰 주제입니다."

벽면을 가득 채우는 작품을 그리는 이성륙 작가.

이성륙 작가가 유화로 그린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오랜만에 유화를 꺼냈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재료를 사용해 시도하지 못했던 작업을 구상한다고 했다.

"상주작가 지원사업은 처음입니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 작업실(창원 사파동)을 써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자작은 큰 공간이 작가들에게 주어져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작가 셋이 이 넓은 전시장을 마음껏 써도 되거든요.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그림을 그릴 겁니다. 제 작업실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죠."

그는 앞으로 태블릿 PC로 그림을 그리는 디지털 작업과 병행하며 진해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갈 계획이다.

김민정 작가도 일반적으로 대작이라고 불리는 100호짜리를 이어 붙여 나가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녀는 1000호 이상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동안 작업을 드문드문 해왔어요. 펜과 아크릴, 목탄 등으로 사람 형상의 드로잉과 건축물을 그렸습니다. 이참에 긴 호흡을 하며 그동안 연구했던 주제를 펼치고 싶어요."

펜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김민정 작가.

김 작가의 책상 위에는 <건축의 사회사>, <감시와 처벌>과 같은 책들이 놓여 있다. 유럽여행 중 압도당했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았던 작가는 인간의 폭력성이 건축물 형태로 드러나는 것을 알고 이를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윤현미 작가는 섬유공예를 한다. 손과 실을 이용해 태피스트리(실로 짠 그림) 등을 만들며 패브릭을 활용해 유화와 또 다른 회화성을 실험하고 있다. 작가는 전시장에서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하는 작업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섬유공예를 하는 윤현미 작가 작업실.

창원문화재단은 처음으로 시각예술 분야의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자작'을 널리 알리고 활성화하고자 지역민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오픈스튜디오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먼저 8월에는 매주 수요일 개방하고, 9월에는 날을 더 늘릴 예정이다. 또 초청세미나, 워크숍, 비평가매칭사업, 아트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지역과 소통하는 '자작'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자작'이 끝나는 오는 겨울 레지던시 공간이 다시 전시장이 되면, 누구라도 올려다봐야 하는 작업들이 완성되어 있겠다. 문의 055-719-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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