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에서 경남FC가 7월 이래 2위 자리를 내놓지 않으면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어찌 될지를 속단할 수는 없다만, 쉽게 사그라질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경남이 올 시즌을 향한 빌드업 과정을 지켜봤다. 승격에 공이 있는 선수일지라도 새 시즌 준비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선수는 내보내고 꼭 필요한 선수를 수혈했다. 지난 7월 이적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팀 전력을 강화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기존 선수는 물론이고 새로 영입한 선수도 하나같이 뭔가 '한' 같은 걸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대주였지만 프로 무대에서 꽃피지 못했다거나,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거나, 옮기는 클럽마다 경쟁에서 밀렸다거나, 부상으로 침체에 빠졌다거나….

하기야 김종부 감독부터가 그랬다. 월드컵에서 한국에 첫 승점을 안겨줬던 촉망받는 기대주였던 김 감독은 스카우트 파문에 축구로 인생 꽃을 피우지 못한 '비운의 스트라이커'였다. 이영익 수석코치도 지난해 K리그챌린지(2부) 대전시티즌 감독을 지냈지만 중도 사퇴하고 경남 수석코치로 급을 낮춰 일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지난 동계훈련부터 선수단의 눈빛이 달랐다. 한 명 한 명 뜯어보면 K리그 정상급 선수는 아니지만 그들이 의기투합하고 뭉쳤더니 이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 감독이 시즌 개막 전 "2부리그 강등을 피하고 1부에 잔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을 때도 나는 적어도 상위스플릿(6위 이내)에 들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들의 눈빛에 맺힌 열정과 염원을 읽었기 때문이다.

실패와 좌절을 뛰어넘고 함께 써내려가는 그들의 '기적'같은 경기를 응원한다면 오히려 자신이 응원받게 될 것이다.

오는 12일 오후 7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전남드래곤즈를 상대로 22라운드 경기를 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사람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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