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면 주기에서 첫 90분이 중요
체온 높이고 뇌 쉬어야 푹 잘 수 있어

7월 중순부터 이어진 폭염이 입추를 넘기고도 계속되고 있다. 텃밭 채소는 더위에 지쳐 늘어졌고, 왕성하게 자란 잡초는 애써 가꾼 작물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잠깐만 밖에 나가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밤이 된다고 사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열대야 때문에 잠자는 것도 힘들다. 밤잠을 설치면 낮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여름나기를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많은 연구자가 수면과 각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한다. 낮에 충분히 깨어있으면, 밤에 잠들기 수월하다. 반대로 밤에 충분히 잘 자면, 낮에 깨어서 일에 집중하기 수월하다. 이 경우 일의 능률도 올라간다. 그래서 밤에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잠자는 동안 우리 몸의 장기, 근육, 뇌는 쉰다. 또 호르몬 균형을 맞추고, 면역력을 높여 질병을 예방한다.

사람은 잠들어서 눈뜰 때까지 계속 똑같은 형태로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 수면에는 렘수면과 논렘수면이 있다. 몸은 잠들었지만, 뇌가 깨어있는 것을 렘수면이라고 한다. 논렘수면은 뇌도 몸도 자는 수면을 말한다. 전체 수면은 아침에 깰 때까지 논렘수면과 렘수면이 몇 차례 반복된다. 잠이 들면 곧바로 논렘수면이 찾아온다. 처음 90분을 차지하는 논렘수면은 전체 수면 주기에서 가장 깊은 잠이다. 처음 90분을 잘 자면 자고 싶다는 욕구가 많이 해소된다. 이 단계에선 깨우기 매우 어렵고, 억지로 깨우면 일어나서도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 방금 잠든 아이를 깨워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아이를 깨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처음 90분을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목욕, 샤워, 족욕 등을 추천한다. 이 방법은 모두 체온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근육, 내장 등에서 일어나는 체온과 손발 등 피부에서 나타나는 체온이 있다. 건강한 사람의 손발은 잠들기 전에 따뜻해진다. 손발이 따뜻해지면 열을 발산하면서 근육과 내장에서 일어나는 체온을 떨어뜨린다. 근육과 내장에서 일어나는 체온과 피부 체온의 차이가 줄어들면 쉽게 잠에 빠진다. 따라서 목욕은 손발을 따뜻하게 하면서 열을 발산하게 하므로 근육과 내장에서 일어나는 체온을 떨어뜨려 쉽게 잠이 오도록 만든다.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뇌를 쉬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가 잠을 방해하는 이유는 기계를 만지면 뇌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뇌는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을 선호한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은 우리에게 단조롭고 지루함을 준다. 단조로움과 지루함은 수면에 도움을 준다. 골치 아프게 뇌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잠을 청할 때는 재미있는 소설책보다 지루한 교과서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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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모든 방법도 오늘의 아픈 기억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낮에 겪었던 가슴 아픈 일은 밤에 자려고 누우면 더욱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새벽녘까지 뒤척이며 그 기억을 곱씹게 된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정 없는 집주인들을 꼬집는 이삿짐센터 직원의 사연이 올라왔다. 폭염 속에서 땀 흘리며 힘들게 짐을 옮기고 있는데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며 너무 이기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 하소연을 쏟아냈다. 더운 여름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시원한 물 한 그릇이 그 사람의 하루를 결정할 수 있다. 당신이 잠 못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더위가 아닌 사람 때문이다. 그리고 최고의 수면을 보장하는 묘약 역시 사람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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