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놓자! 숲에서 놀자
캠핑장에서도 부모·자녀 휴대폰에 푹 빠져
숲속자람터 정옥남 원장, 자연서 노는 법 소개
칡줄기 비눗방울 불기·넓적한 잎 가면으로
돌에 그림 그리기· 솔방울 이용 빙고놀이도

"스마트폰 좀 그만 봐!"

여름방학에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하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부모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많을수록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많다는 것을요.

6월 발표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스마트폰 이용 제한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의 스마트폰 이용행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에서 자녀의 스마트폰을 제한하는 부모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33분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스마트폰 이용제한을 하지 않는 부모는 1시간 52분가량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 역시 스마트폰을 제한하는 가정보다 이용시간이 30~40분가량 적었습니다.

"너는 밖에 나와서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있니?"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캠핑장이나 숲 속 펜션을 이용하는 가족이 늘고 있지만 자연에 나와서도 부모와 자녀 각자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자, 이쯤 되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누구의 문제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우린 자연에서 노는 법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놀이 세습'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놓고 숲 속으로 뛰어가 보세요. 놀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생태교육을 강조하는 창원 숲속자람터 어린이집 정옥남 원장이 '숲 속에서 남녀노소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칡이파리로 가면 만들기./숲속자람터어린이집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생명력이 왕성한 칡은 숲 속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질긴 껍질을 가진 칡 줄기와 어른 손바닥만 한 넓적한 잎은 아주 재미난 장난감이다. 과거에 임금이나 부모가 상을 당해 상복을 입을 때 매는 허리띠로 칡을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정 원장은 '칡줄기 비눗방울 대회'를 소개했다. 칡줄기를 15~20㎝ 정도 잘라 세제를 탄 물을 묻혀 불면 비눗방울이 만들어진다. 모든 나무의 줄기처럼 칡줄기에 있는 수관(물관)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관 끝에 있는 비눗물에 방울을 몽글몽글 만들어 주는 것이다. 누가 더 긴 비누거품을 만드는지 얼굴이 빨개지도록 '후~' 불어보자.

칡줄기 비눗방울 놀이./숲속자람터어린이집

칡 이파리는 자연이 주는 색종이다. 칡 이파리를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어 가위로, 아니 이로 꼭꼭 눌러 자국을 낸다. 이파리를 펼치면 다양한 모양의 그림이 펼쳐진다. 많이 접을수록 모양이 예쁘게 나온다. 작은 칡 이파리 여러 개를 솔잎으로 엮고 다른 잎이나 잔가지로 장식을 하면 나만의 왕관이 된다. 넓적한 잎은 가면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왕관·가면으로 가족이 역할 놀이를 하면 숲 속이 가족연극공연장이 된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풀' 이상이된다

질경이는 아주 흔해서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는 풀이다. 질경이라는 이름은 사람들이 밟고 다녀도 잘 자라 생명력이 질겨 붙여졌다. 꽃대를 꺾어 서로 걸어 당기며 풀싸움을 하기 좋은 것도 질경이다. 질경이의 다른 이름 중 하나는 '제기풀'이다. 제기가 없던 시절에 질경이를 제기처럼 발로 차고 놀았다.

질경이 줄기를 잎사귀 바로 밑에서 꺾어 섬유질만 남기고 줄기를 버린다. 섬유질만 남은 질경이를 여러 장 모아 잡고 위아래로 흔들어주면 그 과정에서 질경이 잎들이 자연히 엉키게 돼 매듭이 만들어진다. 뿌리같이 생긴 섬유질을 한두 번 돌려서 묶으면 제기가 완성된다. 제기풀을 찰 때마다 코 밑까지 와 닿는 푸릇한 풀 냄새는 자녀의 몸과 마음을 더욱 질기고 튼튼하게 할 자연의 선물이다. 야영장에 챙겨간 접시만 있다면 가족과 함께 제기풀을 주고받는 배드민턴도 가능하다.

질경이 배드민턴 치기./숲속자람터어린이집

◇황금을 돌같이? 돌과 나뭇가지를 황금같이!

흔하다고 하찮게 볼 돌이 아니다. 돌은 인류 최초의 도구가 돼 문명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자연 놀이의 길도 열었다. 널브러진 나뭇가지와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아주 단순하게 누가 돌을 가장 멀리 던지는지 겨룰 수 있다. 여기에 재미를 더한다면 발등에 돌을 올려놓고 던지기·옮기기를 할 수 있다. 경쟁은 집중도를 높여준다. 공기놀이, 비석 치기, 땅따먹기도 돌만 있으면 가능한 놀이다.

정 원장은 축구를 소개했다. 나뭇가지와 돌을 이용해 평평한 바닥에 골대를 만들어 골키퍼를 세운다. 기준 지점을 정하고 도토리·호두 등 단단한 껍떼기 열매를 찬다. 골이 들어가면 계속 차고 안 들어가면 역할을 바꿔 누가 많이 들어갔는지 겨루는 놀이다.

돌그림 그리기./숲속자람터어린이집

'빙고 놀이'도 이색적이다. 바닥에 나뭇가지나 돌로 아홉 칸 정사각형을 만들어 칸마다 솔방울·빨간 열매·흰 꽃 등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을 적은 종이(땅에 적어도 된다)를 둔다. 가로-세로-대각선 중 세 줄을 먼저 완성하면 빙고를 외치는 게임이다. 숲 속 곳곳을 뒤지며 찾는 놀이에서 자녀는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다.

정 원장은 크레파스 등 색칠 도구를 챙겨갔다면 넓적한 돌을 종이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것도 질감과 형태를 배우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숲 속에서 가장 흔한 나뭇잎은 여치가 되어 땅을 뛰기도 하고 배가 되어 계곡에서 흘러가기도 한다. 정 원장은 과학 기초 원리는 모두 자연의 생태원리에서 비롯되고, 자연물이 훌륭한 교재·교구가 되니 자연은 훌륭한 학교이자 위대한 스승인데 누리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안타까워했다. 정 원장은 "아파트촌에 둘러싸여 자연을 멀리하다 보니 숲 속은 어느새 무서운 공간이 됐다. 자연을 찾아 나서도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고, 쉽게 노는 방법인 스마트폰 등 자극적인 놀이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는 관심으로, 관심은 창의로 연결된다. 일단 자연으로 떠났다면 스마트폰을 놓고 숲을 느끼고 즐겨보자"고 제안했다.정 원장은 놀이에 앞서 기본 원칙을 강조했다. 나뭇잎과 가지는 땅에 떨어진 것을 활용하기. 어쩔 수 없이 잎 등을 채취할 땐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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