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부러질 만큼 열심히"

카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가장 적극적으로 남북 단일팀 추진 의사를 보이며 발 빠르게 움직인 종목이다.

국내에 전문 선수가 없어 다른 종목 선수 중 희망자를 받아 자비로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던 카누용선 TBR(Traditional Boat Race·드래곤보트)를 일찌감치 단일팀 가능 종목으로 낙점하고 준비해왔다.

10명의 패들러와 키잡이, 드러머(북 치는 선수) 등 선수 12명(후보 선수 1명 별도)이 팀을 이뤄 경쟁하는 경기다.

6월 우리 측 선수 6명이 결정됐으나 북측 선수들의 방남 일정이 미뤄지며 손발을 맞출 기회를 얻지 못하다 지난달 말부터 충주에서 함께 훈련 중이다.

이제 함께 노를 저은 지 일주일 남짓. 선수들은 배려 속에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화합의 노를 젓고 있다.

카누 용선 남북 단일팀 선수들 연습 모습. /연합뉴스

대한민국선수단 결단식이 열린 7일 만난 여자 대표팀 패들러 강초희(속초시청)는 "처음에는 걱정이 있었는데 생활해보니까 서로 배려하며 잘 맞춰가게 되더라"면서 "모두가 점점 잘 맞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북측 선수들이 오기 전에 저희 6명만 배를 탔을 땐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며 새 동료들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용선에 몸을 싣고 빠르게 노를 저으며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특성상 어느 종목보다도 호흡이 중요한데, 경기 전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다. 훈련장 안팎에서 이들이 배려와 소통에 힘쓰는 이유다.

남측 선수들은 익숙한 영어 용어를 순우리말 표현으로 바꿨고, '동무'라는 표현을 쓰던 일부 북측 선수는 이제 '형'이라는 호칭을 편히 쓰며 어색함 없이 소통하고 있다.

강초희는 "'노(패들)', '안물잡기(캐치)' 같은 순우리말 용어도 처음엔 적응이 잘되지 않았으나 자주 쓰는 말은 이제 입에 붙는다"며 웃었다.

한국은 처음 아시안게임 종목이 된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남자 대표팀만 꾸려 1000m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4년 전 인천에선 이 종목이 열리지 않아 여자 선수들로선 사상 첫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단일팀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강초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고 표현하며 "무척 새롭고,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25일부터 '한강호'를 타고 메달 도전에 나설 그는 "다시 못 잡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후회 없이 보여주고 싶다. 마음만은 금메달이지만, 일단 실수 없이 경기력을 발휘하고 싶다"며 "노가 부러질 만큼 젓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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