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절 야구장이 데이트코스
결혼한 뒤 시즌권 끊고 NC 응원
아내 이민호 남편은 이호준 팬
"잘해도 욕하는 일부 팬 아쉬워 스쿨데이 학생음주 관리 필요 새 야구장 키즈카페 생겼으면"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고, 그러면서 스트레스까지 날리고. '함께'여서 좋은 야구장이지만 사실 문득문득 외로울 때가 있거든요. 다 같은 NC 팬이지만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사실 '남'이잖아요. 그럴 때 옆을 보면 늘 이 사람이 있죠. 의지가 되고 외롭지도 않고."

NC 팬 김진협(36)·박이랑(34) 씨 부부에게 '야구'는 서로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10개월간의 연애기간을 지나 부부가 된 지 어언 4년. 둘이 함께한 시간 속에는 늘 야구가 있었다. 야구와 NC라는 공통분모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둘. 두 사람이 바라는 NC는 어떤 모습일까.

-야구를 어떻게 접하게 됐는가?

"(이랑) 어릴 적 창원 마산야구장 근처인 산호동에 살았어요. 자연스럽게 부모님 손을 잡고 야구장을 드나들곤 했죠. 본격적으로 야구에 빠지게 된 건 성당 신부님 덕분이에요. 야구 광팬이신 신부님을 따라 야구장에 갔고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됐죠. 처음에는 롯데 팬이었지만 지역 연고팀이 생기고 나서부터 열렬한 NC 팬이 되었죠."

"(진협) 모든 운동 경기를 두루두루 좋아하는 편이에요. 창원에 NC가 창단하고 나서 마실 삼아 경기장을 찾았다가 특유의 응원 문화와 분위기에 사로잡히면서 야구에 더 빠져들게 됐고요. NC 창단 전에 따로 응원하던 팀은 없었어요."

-두 사람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가?

"(진협) 성당 지인 소개를 통해 만났어요. 종교도 같고 야구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다행히 그 예상이 딱 들어맞았고요.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야구장 데이트'도 많이 했어요. 함께 즐길 거리가 있다는 게 특히 좋았죠. 커플 사이에서 한 사람만 유독 스포츠를 좋아하면 그게 싸움 원인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게 없으니 편안하게 데이트를 할 수 있었죠."

야구와 NC를 매개로 사랑을 키워가는 김진협(오른쪽)·박이랑 부부. /박이랑

-NC에서 가장 응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이랑) 이민호 선수 광팬이에요. 키도 크고 덩치도 있고. 귀여운 외모까지 딱 제 이상형에 가깝거든요. 올 시즌 뒷문을 든든히 지키는 마무리 투수로서 기량적으로 많이 발전한 듯해 보기 좋아요. 스스로 '자신의 야구'를 만들어 간다고 할까. 이민호 선수가 잘할수록 괜히 제가 더 뿌듯하죠."

"(진협) 집에 있는 NC 유니폼엔 모두 '이호준'이 새겨져 있어요. 이호준 코치를 다시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죠. 선수 시절, 팀 맏형으로서 선수단을 든든히 받쳐주는 모습에 반했어요. 보통 응원하던 선수가 은퇴하면 다른 현역 선수로 팬심이 바뀌기도 하는데 저는 쉽게 마음이 변하지 않더라고요."

-경기 스타일을 어떤 걸 더 선호하나? 투수전? 타격전?

"(이랑) 타격전이 좋긴 한데, 아무래도 응원하는 선수가 투수이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점수는 안 났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상대팀 투수라도 너무 많이 맞으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투수·타격전 반반이라 해야 하나요? (웃음)"

"(진협) 시원시원한 타격전을 즐겨요. 아무래도 많이 치고 뛰고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니. 단, 점수는 10점 초반 정도로만 났으면 좋겠어요.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팀이 이기는. 지난 주말 NC가 10-8로 이긴 한화전처럼 말이죠."

-올해 NC 성적이 유독 안 좋다. 어떻게 보나?

"(진협) 사실 성적은 크게 개의치 않아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거죠. NC가 계속 꼴찌만 하는 팀도 아니잖아요. 올해 못하면 내년에 잘할 수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일부 팬들의 비뚤어진 팬심은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참 아쉽더라고요. 못하면 못한다고 욕하고, 잘하더라도 자신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또 욕하고. 칭찬할 땐 칭찬하고 못할 땐 다독거려주는 팬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해요."

"(이랑) 올해 성적 외에도 NC 안팎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잖아요. 그 와중에도 경기장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팬들을 보니 괜히 뭉클하더라고요. 앞으로는 마음 놓고 응원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자리 잡았으면 해요."

-새 야구장에 거는 기대는?

"(진협·이랑) 우선 키즈 카페 등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해요. 한여름에는 관중석 쪽으로 물을 뿌려주는, 이른바 '흠뻑쇼' 같은 이벤트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어요. 저희야 시즌권을 끊어 수시로 야구장을 찾지만 1년에 몇 차례만 오는 분들도 많잖아요. 앞으로는 그런 분들을 위한 이벤트도 더 많아졌으면 해요. 선수 욕심이 있다면 양현종·이태양 선수를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했으면 하는? (웃음)"

-NC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진협·이랑) 스쿨데이가 있는 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사복을 입고 온 학생들이 야구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술 먹는 걸 몇 차례 봤거든요. 외야수들에게 방해가 될 법한 말을 내뱉기도 하고요. 마산야구장만의 응원 문화와 그 취지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쏟으며 다듬었으면 해요."

-야구의 매력은?

"(진협·이랑)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긴 시간 동안 열렬히 응원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홈 경기 1회에 울려 퍼지는 '라인업송'을 들을 때면 늘 가슴이 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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