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폭염이 꺾일 조짐을 보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취약계층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7월 이후 고열과 두통, 장질환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온열질환자들이 수천 명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사망자도 수십 명에 달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노인이나 무직자들이어서 에너지 빈부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상 에너지 빈곤층에 대해서는 법적, 규범적 정의가 없어 그 피해 규모를 명확히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소득이 낮아 에너지 비용으로 전체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계층이라 꼽지만,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는 이들부터 주거 빈곤층 등 광범위한 저소득계층에게 냉난방비는 늘 최저선 이하로 줄여야 할 품목이라 그 숫자는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삶의 질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에너지 빈곤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에너지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살인적인 폭염에도 냉방장치가 마땅치 않은 에너지 빈곤가구가 상당수에 이른다. 에어컨은 말할 것도 없고 선풍기나 냉장고도 신통치 않아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방치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등유나 연탄, 에너지 바우처 등 각종 복지제도가 있어도 여름철에는 거의 지원이 없으니 더욱 가혹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했으나 막상 정부가 내놓은 대응은 미흡해 보인다. 산업체보다 일반 가정의 부담이 훨씬 큰 전기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있었음에도 늑장을 부리다 결국 이번 여름도 한시적 대책으로 넘기게 생겼다.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여러 긴급 지원책도 내놓기는 했는데 폭염 고지서가 무서워 건강에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버티고 있는 이들의 안전을 지키기에는 부족해 보완이 시급하다.

국민의 실생활에 맞춘 대책도 필요하다. 한전 검침일만 바꿔도 누진제 요금의 폐해를 피할 수 있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저소득 가구나 사회복지시설에 단열기능을 보완해주면 지속적으로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라고 하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고, 해마다 더 심해질 수밖에 없으니 보다 충실하게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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