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 오면 갖가지 독서 캠페인이 벌어진다. 최근 들어 각급 학교의 예산 중에 독서예산이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2세들에게 무한한 창의력과 꿈을 신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더욱 반갑다. 유럽의 독일 ZDF방송이 프랑스, 스위스 등 이웃나라에까지 내보내는 <문학 4중주>라는 TV프로그램이 독일의 독서문화를 이끌고 독서문화를 정착시켰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라니스카'라는 문학 평론가는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스승은 독서라고 했으며, '라니스카'가 '이 책이다'라고 하면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어 이웃나라에까지 불티나게 책이 팔렸다고 한다.

요즘 서점가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책 중에 <역사의 역사>, <열두 발자국>, <삶이 바뀌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우리나라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에 들어 있는 이 책들은 몇 달 전부터 TV 연예프로그램에 집중 조명되면서 시쳇말로 대박을 낳고 있다. 이젠 TV가 베스트셀러를 제조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로니컬하게도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 <홈런 비법>은 휴가철을 맞아 지위가 높은 저명인사가 이번 휴가철에 이런 책을 읽겠다고 매스컴을 타면 베스트셀러가 된다니, 내용보다 얼굴마담을 택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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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층에서는 TV가 구간(舊刊)까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는 힘을 두고 우려의 말들도 하고 있다. 책에 대한 연예 오락적 접근성을 문제 삼기도 하고, 상업주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러나 일단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알맞은 책을 골라 집중 조명을 해 독서율을 높이고, 판매에 매회 홈런을 친다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적인 문호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4월 23일을 책의 날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책 읽기 좋은 가을에 책과 함께 노는 날을 정하여 다양한 독서 캠페인을 생활화했으면 좋겠다. 책의 날은 원래 청춘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수단으로 책과 장미를 주고받는 전통이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서점에서는 책의 날이 아니라도 책과 장미를 선물하는 독서 캠페인도 늘어난다고 하니,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 같다. 이젠 '책을 읽으려면 TV는 꺼라'는 광고는 사라지고 TV가 책을 읽게 하는 독서 캠페인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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