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600만여 명 추산
인종차별·혐오 태도 경계하고
존엄성 인정·사회적 논의 필요

◇3만 명이 난민 신청했으나 난민인정률 2.4%

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외 다른 체류 자격 등은 임시적이거나 제약 등이 많아 활동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이번 예멘인의 난민 신청 때문에 한국이 무제한적으로 난민을 인정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은 난민 인정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가에 속한다. 199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서 접수된 누적 난민 신청은 3만 2733건이었는데, 이 중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92명뿐이었다. 난민인정률도 고작 2.4%에 불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난민 규모는 600만여 명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남미, 인도로 흩어졌고, 가까운 일본으로도 갔다. 기네스북에 가장 많은 난민을 태운 수송선은 미국의 메러디스 빅토리호인데 1950년 12월 22일, 1만 4000여 명의 난민을 수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배에 탔던 사람 중에 문재인 대통령 부모님도 있었다. 현재 해외거주 800만여 명의 한인들은 1960년대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로 간 이민자들을 제외하고 거의 난민 출신들이다.

제주에 500명의 예멘 난민들이 들어와서 나라가 온통 난리다. 우리나라 인구의 10만분의 1 정도가 들어왔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2016년 겨울쯤 당시 독일에서는 이슬람 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였다. 난민을 반대하는 측은 이슬람의 호전성과 문란함 등을 거론하며 정부에 항의했다. 그러자 독일정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독일 인구가 8000만 명인데 120만 정도 난민이 들어온 것을 한 교실에 80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1명이 새로 들어오면 큰 영향이 있는가라고 비유하며 반문했다.

◇그들을 조롱하고 차별할 자유와 권리는 없다

예멘인 500여 명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최근 제주도에 도착했다. 중동에서의 한국의 이미지는 경제적으로 발전됐고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이룬 소위 '잘사는 나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미처 예상치 못한 게 있다.

바로 '이슬람 혐오'다. 전체 예멘 난민 19만 명 중 0.02%인 500여 명이 선택한 한국은 피부와 문화가 다르고 무슬림이고 남자이며 제주도까지 오는 비용이 있다는 이유로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국민의 세금을 위협하는 존재로 낙인찍었다. 물론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도움을 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적진 않지만 다수는 아니다.

저 멀리 한국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현재의 우리에게도 '인종차별'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를 통해 방문한 타국에서 동양인이기 때문에, 영어나 현지어를 모르기 때문에,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경험한 현지인의 차가운 시선과 무시의 언행, 심한 경우 차별까지… 굳이 경험하지 않더라도 그 입장에 놓인다면 불쾌한 느낌을 떨치긴 어렵다. 현재 한국사회가 예멘 난민 500명에 하는 태도와 우리가 느꼈고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인종차별의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 아마도 예멘에서 온 500여 명의 난민신청자는 대부분 강제추방되거나 자진출국을 종용당할 것이다.

내전의 참상 속에서 삶을 찾아 수천 ㎞ 떨어진 한국을 찾아온 예멘인들에게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비칠까. 많은 이들은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지만 이들은 우리와 똑같은 존엄성을 가진 존재다. 우리는 상상조차 힘든 폭력과 공포 속에서 삶을 선택하여 여기까지 온 난민들이다. 우리에겐 이들을 조롱하고 차별할 자유와 권리 따윈 없다. 우리가 이들을 쫓아내고 안도감 속에 만세를 외칠지 두려움과 공포를 피해 온 이들에게 희망의 존재가 될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필통 편집국

한 예멘 난민 신청자가 지난 6월 29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와 인권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 예멘 난민에 대한 오해와 진실

Q1. 난민 신청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나요?

A. 난민협약 가입국의 의무로서 거부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난민 협약 가입국으로서 외국인이 난민 신청을 할 경우, 그 인정 요건을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난민은 박해사유, 귀국 시 박해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정 여부를 결정합니다.

Q2. 미국도 난민보호협회를 탈퇴했다던데, 사실인가요?

A. 사실이 아닙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미국은 약 2만 3000명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Q3.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가 취업을 할 수 있나요?

A. 네. 조기 취업 허가의 이유는 국민의 안전 때문입니다.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수입이 없다면 범죄에 노출되어 제주도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난민 신청자들에게 조기 취업을 허가했으며, 국민의 일자리 잠식 가능성이 낮은 농·축·수산업과 요식업 등 취업 가능 일자리를 제한했습니다.

Q4. 난민에 대한 무상 지원이 굉장히 많다던데 정말인가요?

A. 아닙니다. 난민 신청자 중 일부가 생계비 및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난민 신청자 생계비는 전부 지급하는 것이 아니며,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취약자를 선정하여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합니다. 금액은 1인 가구 43만 2900원이며 출입국 외국인지원센터 입주자는 그 절반인 21만 6450원을 지원받습니다.

Q5. 제주 난민 중 젊은 남성이 많은데, 이들이 무슨 난민이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A. 젊은 남성이 징집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에 나가지 않으면 반군으로 간주돼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난민신청을 하면 철저한 심사를 하게 됩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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