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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더는 미룰 수 없는 일

남북 정상이 만든 화해 분위기 타고
늦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의 원 풀어야

홍창신 자유기고가 webmaster@idomin.com 2018년 08월 08일 수요일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더라. 숨죽이며 지켜봤던 '도보다리'의 그 감동 이후 내 상상은 이미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있었다. 압록강을 건너 중국과 몽골 횡단 열차로 '이르쿠츠크'에서 오를까. 아니면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곧바로 오를까. 광활한 러시아의 설원을 뚫고 달리는 기차간이 그려지고 눈발 날리는 차창 너머 자작나무 숲에 탄성이 인다. 귓가엔 '라라의 테마'가 들리면서 '오마 샤리프'의 콧수염이 어른거리다 장면은 느닷없이 '설국열차'의 액션에서 '오리엔트 특급살인'으로 이어지는 황당한 여름밤의 꿈이 펼쳐지는 것이다.

어느 날 '개성공단 폐쇄'라는 얼토당토않은 칙령으로 남북의 모든 교신라인이 절단되지 않았나. 세상에, 두어 번 클릭이면 지구 끝의 소식도 퍼 올리는 개명 천지에 남북이 국가 간의 급전을 휴전선에서 손나팔에 실어 육성으로 전하는 어이없는 세월을 지냈지 않나. 그 와중에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로켓을 만든 북이 그 비행체에 '핵'을 달고 쏘니 마니 하고 미국은 미국대로 그 겁 없는 소악패의 섬멸 계획을 다듬느니 옮기느니 하여 우리를 소름 돋게 하였지 않나.

그러므로 냉랭하고 살벌한 남북의 그 상황은 좀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간을 보고 어르고 눙치는 일체의 거래 과정을 생략하고 단도직입 영수회담으로 들어간 남과 북의 결단은 심히 놀라운 일이었다. 더구나 새소리만 청량하던 '도보다리' 그림은 수십 년 분단 좌절을 단숨에 치유할 명작이었고 고로 우리는 말 꿈을 꾸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를 일컫는 말이 '해외'가 된 지 오래인 동강 난 반도 아래쪽 사람의 묵은 꿈은 휴전선을 지우고 고구려의 땅을 밟아보며 그 너머 열리는 그야말로 '광개토'를 따라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걸 단숨에 이루는 것이 어찌 만만하겠는가. 곡우 무렵부터 입추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와 미국이 노는 카드를 지켜보건대 시방 그들이 쥐고 있는 '패'의 용처가 우리의 바람이나 희구와는 결코 무관한 것임을 새삼 느낀다. 신미양요로 이 땅에 발을 걸친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 바탕 위에 우리랑 관계한 것이 엄연하다. 그러게 세상 어느 나라가 타국의 이익을 우선해 조건 없는 박애를 베풀겠는가.

그래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분단극복'의 욕심을 주저앉혀 트럼프의 트위트질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작심했다. 하지만 오는 20∼26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최종 대상자 명단을 교환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또다시 화증이 솟고 애가 터진다. 남은 북측이 생사확인을 의뢰한 남녘 가족 200명 가운데 129명의 생사를 확인했고, 북은 남측이 확인을 의뢰한 재북 가족 250명 중 163명의 생사를 확인해왔단다. 분단으로 흩어진 가족이 이산의 고통을 풀지 못한 한을 안고 하나둘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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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2015년을 기점으로 이산가족 생존자 비율이 50% 이하로 하락하고 있으며 2032년경에는 생존자 모두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한다. 남·북·미·중이 핵을 제거하고 군비를 줄이고 길을 뚫고 오가며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일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서로의 욕구를 거래하고 이해를 조절하는 일의 완급은 양해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피붙이와의 생이별에 평생의 통한을 지닌 그들이 생애 한 번이라도 상봉의 원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각설하고 남북은 더 늦기 전에 판문점에 상설 이산가족 상봉처를 마련해야 한다. 애타게 그리며 겨우 버텨온 그들마저 이대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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