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억6633만 달러 기록
하반기부터 증가세 '멈칫'
대금 회수 불안정 탓 위축
수주 물량도 생산 늦춰져

미국의 대이란 2차 경제 제재가 한국시각 7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됨에 따라 경남 도내 기업 수출길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주 계약을 한 제품의 본격적인 생산이 잠정 연기되고, 제2 중동 특수 기대감도 완전히 사라지는 분위기다.

◇원유 수입 중단 시 국내 물가 상승 부담 = 미국의 2차 경제 제재는 7일 시작한 1단계, 오는 11월 5일 시작되는 2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에서는 이란의 미국 달러 매입 금지와 자동차 완성차·민항기 분야 제재가 이뤄진다. 또한,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한 제3국 기업·개인도 제재하는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도 적용된다.

2단계에서는 이란 정부와의 모든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원유 수입도 금지한다. 이란산 원유는 2016년 국내 도입 물량의 10% 이상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13%가 넘었다. 여기에 국제 유가도 조만간 배럴당 90달러대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에도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압력을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제재에서 제외해 주도록 미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12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아 이란산 원유 수입을 20% 줄여 수입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더 많은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국내 은행의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한 이란과의 교역을 지속할 수 없어 수출이 더 줄 수밖에 없다.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16년 1월 UN과 미국, EU 등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한국의 이란 수출은 올 1~6월 17억 2200만 달러로 줄었다. 작년 상반기보다 15.4% 감소했고 7월 수출도 19.4% 줄었다.

◇거래 대금 받기 어렵고, 수주 물량도 '스톱' = 경남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경남의 이란 수출액은 4억 6633만 달러(전년 대비 28.5% 증가), 무역수지는 4억 55만 달러 흑자(전년 대비 18.5% 증가)였다. 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해제된 2016년 1월 이후 2년 연속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경남 전체 수출액은 594억 8500만 달러로 이란 수출액은 0.78%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창원지역 타격이 더 크다. 작년 경남의 대이란 수출액 중 창원은 3억 2149만 달러로 경남 전체의 약 70(68.94)%나 차지했다.

1차 경제 제재 해제 이후 경남의 대이란 주요 수출품은 가전제품, 가열난방기·펌프·공기조절기 등 플랜트 제품, 자동차부품 등이었다. 최근 2년간 늘어난 플랜트 제품은 산업 특성상 미국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 대금회수 안정성이 떨어져 추가 수주는 극히 어렵다. 특히 2016년부터 증가 추세였던 자동차부품의 이란 수출은 불안정한 대금 회수 우려로 올해 들어 확 줄었다.

수주는 했지만 제재 상황만 지켜보는 기업도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 초 중동지역 역대 최대 수주액인 9293억 원 규모의 이란 디젤동차 450량을 수주하고도 생산하지 않고 있다. 현대로템 측은 7일 "계약 단계부터 제재 국면을 미리 고려해 이를 반영했기에 당장 피해 볼 일은 없다. 지금은 미국의 제재가 어떻게 전개될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이 지연되면서 예상 매출 발생 시기도 그만큼 늦춰지고 있다.

창원상의 관계자는 이날 "미국 정부의 제재를 예상한 도내 기업들은 하반기부터 이란과의 거래를 거의 중단했다.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아 국내 은행의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한 이란과의 교역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란산 원유 도입을 위해 필요하고 기존 거래 기업이 대금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다. 또한, 당장은 아니라도 이후 이란과 거래 재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