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신선하다" 호응

폭염이 계속되자 보다 못한 거제시가 '조금이라도 시원해지라'며 시내 수십 곳에 얼음덩어리를 놓았다. 시민 호응이 좋자 거제시는 현 40kg짜리보다 3배 이상 큰 국내 최대 크기 얼음덩이를 8일부터 시내에 추가 비치할 예정이다.

'얼음폭탄(?)'으로 거제시가 조금 더 시원해지고 있다.

시민들은 얼음덩어리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7일 오후 1시 40분께 고현 사거리. 시민 최정옥(48) 씨와 딸 김영채(14), 아현(11) 양은 얼음덩이를 만지며 더위를 식혔다.

최 씨는 "시가 시민을 배려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전국과 같이 거제시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푹푹 찌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부터 낮은 폭염, 밤은 열대야였고 지난달 15일 이후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더위에 시민 수십 명이 쓰러졌다. 야외에서 일하는 조선소 노동자들을 비롯해 시민들이 더위에 입원하는 등 지난달까지 23명이던 온열환자가 5일 기준 32명으로 갑자기 늘었다.

거제시 장평에 사는 최정옥(맨 오른쪽) 씨와 딸 김영채(가운데)·아현 양이 고현사거리에 놓은 얼음덩이를 만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허동정 기자

시는 공사 현장과 농어민 낮 작업 중지를 당부하지만 당부 외에 사실상 대책이 없다.

시는 뭐라도 한다며 건널목 주위 그늘막을 설치했고 휴일인 지난 5일 담당 직원 5명이 모두 출근해 대책을 협의했다. 이날 안전총괄과 김태수 과장이 얼음덩이를 제안했다. 이 안은 그날 바로 얼음업자에게 연결돼 시내에 비치했다.

김 과장은 "경남에서 얼음 비치는 처음"이라며 "거제지역에는 얼음이 없어 통영지역 원양어선 어류 보관용 얼음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행도 빨라 얼음덩이는 제안 후 몇 시간 만에 시내인 고현, 옥포, 장승포 등 주요 사거리와 버스승강장 등 20곳에 놓였다. 오전 11시부터 비치한 얼음은 5~7시간을 버텼다. 모서리부터 점점 녹으면서 타원형 폭탄 모양으로 변했다.

한 시민은 "경찰이 밤에 든 방망이는 불방망이, 이 덩어리는 얼음폭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어떤 분들이 차에 큰 얼음덩어리를 싣고 와서 며칠 전에 건널목 옆에 두고 갔다. 아이디어 좋다"고 끄덕였다.

시는 폭염특보 해제 시까지 대형 얼음을 계속해 비치할 예정이다. 8일부터는 현 40kg보다 3배 이상 큰 135kg짜리 얼음덩이를 놓기로 했다.

이 크기는 국내 최대여서 곁에 서기만 해도 냉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렇게 대형 얼음덩이가 설치되면 거제에는 독특한 여름 거리풍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얼음폭탄은 1일 50만~60만 원정도밖에 들지 않아 가성비가 꽤 좋다는 평가도 있다.

휴가를 맞아 거제에 온 이정혜(47.창원시) 씨는 "보는 순간 얼음이 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온종일 에어컨을 돌리면서도 지구를 더 덥히는 거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우선 시각적으로도 시원하고, 근처 가면 실제 시원하고, 얼음덩어리가 있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자연친화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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